사전적 정의로 전문가란 ‘한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예술 시장 전문가’의 사전적 정의는 ‘예술 시장을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20년 이상 예술 시장에 몸담은 이들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는 예술 시장 전문가의 정의는 위에 설명한 사전적 정의와 사뭇 달랐다.
예술 시장에 몸담은 이들은 ‘직관과 경험을 갖고, 예술품을 보면 적정 가격을 직감적으로 아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20년 이상 갤러리, 경매회사에서 일하거나 예술품 가치 평가와 진위 감정 경험을 쌓더라도 예술시장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예술 시장 전문가의 정의, 이상하지 않은가?
이 정의를 그대로 ‘부동산 시장’에 적용해보자. 직관과 경험을 갖고 건축물을 보자마자 건물의 적정 가격을 직감적으로 아는 이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일까? 이것은 공인중개사의 일이지, 부동산 시장 전문가가 할 일이 아니다. 부동산뿐 아니라 어느 산업에 예술 시장 전문가의 정의를 대입해봐도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필자의 다음 질문은 ‘예술 시장은 전문가의 정의를 다르게 내릴 만큼 특별한 산업인가?’이다. 예술 시장에 몸담은 많은 이들은 ‘예술품은 일반 재화나 서비스와 달리 정량화할수 없는 미적·인지적·예술사적 가치를 포괄한다’고 강조한다. ‘예술품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어 직관과 경험을 가져야만 예술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고도 한다.
예술품이 특별한 것은 인정한다. 물론 대서양을 건너는 선박이 특별한 것도 인정한다. 당연히 컨테이너선이 특별한 것도, 아파트가 특별한 것도, 신발과 의류가 특별한 것도, 노트북이 특별한 것도 모두 인정한다. 말장난이다. 예술품뿐만 아니라 모든 상품이 특별하다.
모든 상품은 특별하다. 그리고 경제를 관통하는 산업의 공통요인을 모두 공유한다. 예술품은 특별하지만, 다른 산업의 상품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주장은 예술 시장 관계자들이 ‘예술은 특별한 것이다’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의 시대, 소수의 전문가가 만들던 지식 패러다임이 집단 지식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끊임 없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것이 예술 산업이다. 기득권을 가진 기존 전문가가 전통적인 탑다운(Top-down) 방식을 고수하며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산업계를 만든다니, 어불성설이다.
2019년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의 평균 퇴직 연령은 54.5세다. 예술 산업에서 50대는 오히려 젊은 축에 속한다. 한국내외 유명 갤러리 및 경매회사 대표, 예술가, 비평가 및 큐레이터의 연령은 보통 60대~80대다. 예술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대는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높다.
자연스레 20대~30대 젊은이들은 아무리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져도, 예술 시장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취급’을 받기 일쑤다. 정작 예술 시장에 필요한 창의성을 가진 것은, 집단 지식에 익숙한 것은 20대~30대 젊은이들인데도.
예술 시장은 문을 열고 세대교체의 바람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산업은 발전하기 위해 젊은 피를 수혈받았다. 예술 시장도 젊은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젊은이를 애송이 취급할 게 아니라, 예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이것이 예술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지름길이다.
물론 옛 세대의 경험담은 예술 시장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담만으로는 부족하다. 젊은이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옛 세대가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옛 세대의 경험과 젊은이, 신세대의 머리를 합쳐 신구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 예술계도 제대로 된 산업의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온라인 예술시장의 발전 가능성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산업의 미래 디지털 예술, 메타버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서울 아시아 아트, 트렌드 반영한 전략적 접근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현대 미술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며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급성장하는 美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 한국도 활성화 기대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가치 분석, 교육에서 시작되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미술 시장 장기간 호황을 위한 체계 마련 필요해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미술품 담보대출, 시도 거쳐 한국에 자리 잡기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코로나19 이후 예술 서비스 다양화, 선택 아닌 필수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 산업, 소모적 논쟁 말고 방향성 논의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NFT(대체불가토큰), 해킹 가능성 염려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투자 수익, 소장기간·가격·거래 빈도와 비례할까?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실용적 예술품 가치 분석 방법론을 기대하며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韓, 경제 발전에 어울리는 예술 시장 만들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미술품 물납제도, 10년 전처럼 유야무야되지 않길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금융, 교육 통한 청출어람 꿈꾸며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 서울, 첫 열쇠는 아트파이낸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직도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 서울'이 낯설다면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트파이낸스 교육으로 서울을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트펀드, 미술계·운용사간 이해상충 깊게 고민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주식·부동산보다 비싼 미술품 매매수수료의 진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트파이낸스, 韓 미술 시장 성장·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韓 연기금도 대체투자자산 '미술품'에 관심 가져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갤러리 거래 데이터 가진 에코락갤러리 ‘미술품거래소’ 환영한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미술품 가치 제대로 평가하려면 '철학적 고민' 필수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악전고투, 제대로 된 '미술품 가격지수' 연구자를 응원하며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기관이 '예술계 데이터 생태계' 만들려면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뉴노멀시대 대체투자 '아트펀드'의 가능성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예술 시장에 숨겨진 문제 '정보의 비대칭'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예술 산업 성장 주춧돌 '프로비넌스' 제대로 운영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거래 데이터는 공유돼야 한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수집, 아직도 부정적으로 보세요?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최소한의 계량경제학적 요건 충족한 한국 아트 인덱스 탄생을 바라며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예술품 시장 이끄는 서울옥션의 분투를 바란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유가 변동·증시 폭락, 슈퍼리치가 고른 자산증식 수단 아트파이낸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투게더 '자전 거래' 의혹 및 반론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유명 작가의 예술품 가격이 변하는 이유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작가의 유명세는 투자 수익률을 담보하지 않는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트파이낸스 교육으로 예술·금융 다리 놓을 융합형 인재 키워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시장 분석하려면 '제대로 된 예술품 DB' 구축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인 생활고 해결, 예술품 담보 대출이 능사 아냐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2019년 예술품 경매 시장, 가치 알아본 수집가간 경쟁 치열했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리서치 없는 예술 시장 분석은 속 빈 강정이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가와 후원자간 상생관계 : 르네상스 이끈 메디치 가문 보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韓 빠진 세계 예술품 담보 대출 시장, 2019년에도 성장세 여전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태동기 韓 예술계, 가치 평가 관련 근거 없는 음해 멈춰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트 파이낸스 실패로 이끄는 이해상충…금융·예술계 상호 조율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태동기 한국 예술 시장 데이터화 사업을 위한 조언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투자 성공의 법칙이 '고가·유명 작품'인 이유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데이터·통계 분석 도입하며 긍정적 변화 이루는 예술 시장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아트 펀드 실패史, 시기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세계 예술품 수집가 현황…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외 한국인도?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트 파이낸스를 위한 변명…투자 아닌 금융으로 봐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미술품 투자의 명암…유망하지만, 위험 철저 관리해야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품 가격 지수의 중요성과 한국 시장의 한계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미술품 담보대출, 美 경매 회사·부티크는 어떤 기준으로?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해외 제1금융권의 미술품 담보대출 모범 사례 '씨티은행' 기준 보니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미술품 담보대출, 왜 성장에 실패했을까?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활발한 해외 미술품 담보대출, 매년 15% 이상 고성장 이끌어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소득수준에 비해 미술품 거래 적은 한국, 증가 잠재력 있다
- [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뉴노멀 시대 아트 파이낸스를 보는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