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72) 사랑손님과 어머니 ③… 이상타,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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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1 04:00
5월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손편지에 담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하루천자’ 필사 콘텐츠를 ‘손편지’ ‘감사’ 테마로 꾸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편지를 부치기 전에 사진을 찍어 ‘감사편지’ 태그를 달아 페이스북 ‘하루천자'그룹에 공유해 주세요.

한국 소설가 주요섭(朱耀燮, 1902~1972)이 1935년 발표한 단편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이번 주 필사 고전으로 골랐습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혼자 아이 키우는 젊은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라고 내용 요약할 수 있습니다만, 화자로 내세운 것이 여섯살 아이이기에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이 작품은 영화·TV드라마·뮤지컬로 여러번 다루어졌으며, 만화·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패러디되기도 했습니다. /편집자 주

조문진 감독이 연출한 1978년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방희, 하명중이 주연을 맡았다. 원작에는 없는 인물 및 설정이 많이 들어간 영화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③ (글자수 792, 공백 제외 597)

요새 와서 어머니의 하는 일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어떤 때는 어머니도 퍽 유쾌하셨습니다. 밤에 때로는 풍금을 타고, 또 때로는 찬송가도 부르고, 그러실 때에는 나도 너무도 좋아서 가만히 어머니 옆에 앉아서 듣습니다. 그러나 가끔가끔 그 독창은 소리 없는 울음으로 끝을 맺는 때가 많은데, 그런 때면 나도 따라서 울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나를 안고 내 얼굴에 돌아가면서 무수히 입을 맞추어 주면서,
"엄마는 옥희 하나문 그뿐이야, 응, 그렇지……."
하시면서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우시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그 날 밤, 저녁밥 먹고 나니까 어머니는 나를 불러 앉히고 머리를 새로 빗겨 주었습니다. 댕기를 새 댕기로 드려 주고, 바지, 저고리, 치마, 모두 새것을 꺼내 입혀 주었습니다.
"엄마, 어디 가?"
하고 물으니까,
"아니."
하고 웃음을 띠면서 대답합니다.

그러더니, 풍금 옆에서 새로 다린 하얀 손수건을 내리어 내 손에 쥐어 주면서,
"이 손수건, 저 사랑 아저씨 손수건인데, 이것 아저씨 갖다 드리구 와, 응. 오래 있지 말구 손수건만 갖다 드리구 이내 와, 응."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손수건을 들고 사랑으로 나가면서 나는 접어진 손수건 속에 무슨 발각발각하는 종이가 들어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마는, 그것을 펴 보지 않고 그냥 갖다가 아저씨에게 주었습니다.

아저씨는 방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손수건을 받는데, 웬일인지 아저씨는 이전처럼 나보고 빙그레 웃지도 않고 얼굴이 몹시 파래졌습니다. 그리고는,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면서 말 한 마디 아니하고 그 손수건을 받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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