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73) 사랑손님과 어머니 ④… 이제 달걀 안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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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2 04:00
5월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손편지에 담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하루천자’ 필사 콘텐츠를 ‘손편지’ ‘감사’ 테마로 꾸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편지를 부치기 전에 사진을 찍어 ‘감사편지’ 태그를 달아 페이스북 ‘하루천자'그룹에 공유해 주세요.

한국 소설가 주요섭(朱耀燮, 1902~1972)이 1935년 발표한 단편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이번 주 필사 고전으로 골랐습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혼자 아이 키우는 젊은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라고 내용 요약할 수 있습니다만, 화자로 내세운 것이 여섯살 아이이기에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이 작품은 영화·TV드라마·뮤지컬로 여러번 다루어졌으며, 만화·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패러디되기도 했습니다. /편집자 주

KBS1의 단막극 시리즈인 78화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장면들. 1983년 4월 2일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사랑손님 역은 노주현, 어머니 역은 윤미라, 옥희 역은 최문선이 맡았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④ (글자수 828, 공백 제외 624)

저편 산모퉁이에서 기차가 나타났습니다.
"아, 저기 기차가 온다."
하고 나는 좋아서 소리쳤습니다. 기차는 정거장에 잠시 머물더니, 금시에 뻑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움직였습니다.
"기차 떠난다."
하면서 나는 손뼉을 쳤습니다. 기차가 저편 산모퉁이 뒤로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그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하늘 위로 모두 흩어져 없어질 때까지, 어머니는 가만히 서서 그것을 바라다보았습니다.

뒷동산에서 내려오자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이 때까지 뚜껑을 늘 열어 두었던 풍금 뚜껑을 닫으십니다. 그리고는, 거기 쇠를 채우고 그 위에다가 이전 모양으로 반짇고리를 얹어 놓으십니다. 그리고는, 그 옆에 있는 찬송가를 맥없이 들고 뒤적뒤적하시더니, 빼빼 마른 꽃송이를 그 갈피에서 집어 내시고,
"옥희야, 이것 내다 버려라."
하고 그 마른 꽃을 내게 주었습니다. 그 꽃은 내가 유치원에서 갖다가 어머니께 드렸던 그 꽃입니다. 그러자, 옆 대문이 삐걱하더니,
"달걀 사소."
하고, 매일 오는 달걀 장수 노파가 달걀 광주리를 이고 들어왔습니다.
"인젠 우리 달걀 안 사요. 달걀 먹는 이가 없어요."
하시는 어머니 소리는 맥이 한푼어치 없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이 말씀에 놀라서 떼를 좀 써 보려 했으나, 석양에 빤히 비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볼 때 그 용기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아저씨가 주신 인형 귀에다가 내 입을 갖다 대고 가만히 속삭이었습니다.

"얘, 우리 엄마가 거짓부리 썩 잘하누나. 내가 달걀 좋아하는 줄을 알문서 생 먹을 사람이 없대누나. 떼를 좀 쓰고 싶다만, 저 우리 엄마 얼굴을 좀 봐라. 어쩌문 저리두 새파래졌을까? 아마 어데가 아픈가 부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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