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연 아닌 노력이 만든 스타, 'BJ이차함수'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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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5 06:00
관악구 인헌시장 근처에 있는 정예학원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동네 학원’이다.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방과 후 방문해 입시 공부를 하는 곳이다.

최근 이 곳은 공부 하는 곳이자 스튜디오로도 활용된다. 3월 말부터 인지도가 확 올라간 ‘BJ이차함수’ 장현우 선생이 인터넷 영상을 제작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유튜브 구독자 수 8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다이아TV에도 입성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BJ이차함수 인터뷰 영상 / 노창호PD
장 선생(39세 학원 원장)이 갑자기 스타 영상 창작자가 된 계기는 이렇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학원을 휴원한 대신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대체했다.

평소에는 학원생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영상 설정을 ‘비공개’로 놓고 강의를 했는데, 3월 16일 ‘이차함수’ 강의가 전체 공개로 잘못 설정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많은 학생들이 어쩌다 수업에 유입됐다. 이날 방송 제목이 이차함수인 탓에 시청자 사이에서 농담처럼 나온 ‘BJ이차함수’라는 활동명이 그대로 활동 ID로 굳어졌다. 구독자 애칭은 ‘정의역’이다.

장 선생은 "방송에 30~40명쯤 들어왔을 때 정작 학원생보다 외부에서 들어온 이용자가 더 열심히 채팅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뒀는데, 시청자 수가 100명을 넘겼다"며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재미있어서 만약 시청자 200명이 넘으면 학원 컴퓨터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즐기겠다고 말했더니 5분도 안돼 더 많은 이용자가 들어와 롤을 실행하게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우연한 기회 잡은 비결…‘준비된 스트리머’ BJ이차함수
학생들보다 인터넷 문화에 빠삭한 ‘유튜브 마니아’

‘BJ이차함수’ 장현우 선생 / 노창호 PD
그는 고가의 방송 장비가 없는 탓에 학원 컴퓨터로 게임을 실행하고 학원에 있던 프로젝터로 게임 화면을 칠판에 쐈다. 게임 소리는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악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학원 강사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롤을 즐긴다는 소문이 퍼졌고, 방송을 종료할 때쯤에는 동시 시청자 수가 7000명을 넘겼다.

학원강사가 게임을 즐겼다는 특수한 상황 영향으로 시청자가 갑자기 유입되기는 했지만, 시청자가 나가지 않고 계속 방송을 보도록 한 것은 분명 ‘준비된’ 장 선생의 노력과 능력 덕이다. 장 선생님은 비어있는 게임 소리를 채우기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했고, 인터넷 방송계에서 유명한 유행어를 다수 따라하기도 했다.

장 선생은 인터넷 문화에 빠삭한 비결에 대해 "평소에 게임, 교육, 과학,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터넷 방송·영상을 접한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나보다 유튜브 문화에 대해 잘 모를 때도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평소에도 인터넷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게임은 경쟁이 너무 심하니 전문성을 살려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며 "8년 전부터 아프리카TV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유튜브에 강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 선생이 주목받기 전 동영상 조회수는 평균 20~30회에 불과했고, 심지어는 0인 동영상도 종종 나왔다. 하지만 그는 끈기있게 동영상 강의를 계속 시도했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

오락실-PC방 거쳐 롤에 입문한 ‘뼈대있는 게이머’
놀 땐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한다면 게임은 공부에 악영향주지 않아

장 선생이 일하는 관악 정예학원 / 오시영 기자
장 선생은 ‘뼈대 있는’ 게임 마니아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오락실에서 수왕기, 파이널 판타지, 버추얼 파이터 등을 즐겼다. 대학 시절에는 PC방에서 레인보우식스와 스타크래프트를 즐겼고, 워크래프트3 출시 이후에는 ‘카오스’를 즐기다 자연스럽게 리그 오브 레전드로 넘어갔다.

게임 마니아이면서 교육계 종사자인 장 선생은 ‘놀 땐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한다’는 선만 지킨다면 게임이 공부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 때문이 아니라 과몰입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만화를 비롯한 어떤 콘텐츠가 됐든 상관없이 과몰입했을 때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변에서 과몰입 상황이 되지 않도록 도와줄 사람만 있다면 학생들이 게임을 하더라도 건전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영상 창작자 병행하느라 시간 부족
다이아TV, 유명 스트리머 등 직접 발로 뛰며 접촉
게임, 교육은 물론 더 많은 콘텐츠 담는 종합 채널로 거듭나고파

갑자기 게임 방송을 진행하게 된 상황에서 게임에 이기고 포즈를 취하는 장현우 선생 / 정예학원
장 선생은 채널 구독자가 많아진 이후 자유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학원 업무와 영상 창작자 업무에 더해 학원 시설 관리 등 잡무도 담당한다. 실제로 인터뷰 당시 오전에 다른 일을 마치고 학원에 들어온 장 선생은 우선 학원부터 구석구석 손수 청소했다. 최근에는 게임 방송은 1주일에 1회, 근황 토크는 주 3회쯤 진행한다.

시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CJ ENM이 운영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영상 창작자 소속사) 다이아TV에 먼저 접촉해 계약하고, 매니저와 전문 영상 편집자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공혁준, 김계란 등 유명 스트리머가 방송에서 자신을 언급하자 직접 협업 콘텐츠를 찍자고 먼저 제안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는 "갑자기 구독자가 늘어나자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이 있었고, 구독자가 떠나갈까 불안한 생각이 들어 MCN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최근에는 일이 정말 많아 콘텐츠, 영상 품질이 좋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는 전문 콘텐츠 제작자와 협업해 양질의 컨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장현우 선생 / 노창호 PD
장 선생은 자신의 콘텐츠가 전문적 색채를 띄도록 조만간 채널을 개편한다. 기존에 아내가 간단히 편집해주던 ‘날 것’ 느낌을 주는 영상은 그대로 게시하지만, 동시에 전문 기획·편집자와 손잡고 만드는 콘텐츠 생산도 진행한다.

특히 그는 교육 등 여러 콘텐츠를 생산해 독자들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조했다. 기존에 업로드하던 문제 풀이·개념 강의 외에도 위대한 수학자에 관한 에피소드나 교과서 속 지식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등장했는지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그는 "게임 때문에 인기를 얻었고 나 역시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전문성을 살려 방송에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정말 먼 시기에는 음악, 교육, 게임 등 관심사가 무엇이든 수험생, 대학생, 직장인 모든 연령층과 소통하며 함께 힐링하는 채널, 토탈 콘텐츠를 운용하는 채널로 거듭나고 싶다"며 "나는 관심사가 정말 많은데, 이것을 다 아우를 수 있도록 내 자신이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그런 방송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장 선생은 구독자 3만명이 넘었을 때 윈드밀을 돌겠다는 공약을 영상으로 실행했다. 이제는 구독자 10만명을 바라본다. 그는 10만명 돌파 후 헤드스핀을 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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