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룸즈' 만든 베테랑 게임 개발자 김종화 대표가 말하는 '인디 정신'

입력 2020.05.27 06:00

흔히 인디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정작 무엇이 인디게임인지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단순히 소규모 회사가 만들었다고 하거나 특이한 장르라고 해서 인디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15년 이상 게임 개발에 매진한 김종화 핸드메이드게임 대표는 인디 게임을 어떻게 규정할까.

방을 옮기고, 소품을 활용해 저택을 탈출하는 퍼즐게임 룸즈는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 유명하다. 룸즈의 개발자인 김종화 대표는 시리즈 첫 작품을 성균관대 영상학과 재학시절 만들었다. 이 작품은 2006인디게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고 2007년 샌프란시스코 인디게임페스티벌(IGF)에서 학생부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김 대표는 이후 15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학업, 알바, 정규직과 게임 개발을 병행하며 ‘장인정신’으로 인디게임 개발에 매진한 배테랑이다. 퍼즐게임 룸즈, 팔레트와 VR보드게임 크렝가! 광란의 항구, 시뮬레이션게임 스페이스 마에스트로 등 수 많은 작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2019년에는 룸즈의 최신작으로 구글 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TOP3 개발사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인디게임을 장르라기보다는 게임을 만드는 방식 중 하나로 정의했다. 인디게임을 만든다가 아니라 게임 제작 과정이 독립적이라면, 그 결과물을 인디게임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 음악 등 어떤 문화 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인디게임은 창의성, 다양성을 다변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건강한 생태계라면 인디씬에서 나온 다양한 시도 중에서 일부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이 작품이 다시 인디 작품·아티스트에 영향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다"고 말했다.

김종화 핸드메이드게임 대표 / 김종화 대표
게임 개발 해보라는 어머니 말씀에 세계 최고 기획자 꿈꿔
"게임은 종합 예술에 상호작용성 더한 매체, 개발에 보람 느껴"
김 대표는 어렸을 때 ‘떡잎부터 남다른’ 게이머였다. 게임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어머니가 패미콤 2대, 키보드 1대를 부술 정도였다. 김 대표는 부숴진 키보드를 다시 고쳐서 게임을 즐겼다. 이를 본 어머니가 "그렇게 게임이 좋으면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신 것이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어린시절 세계 최고의 게임 기획자를 꿈꾸게 됐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했던 경험에 더해 영상학과에서 게임 기획 이론 수업을 듣고, 게임 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게임 기획 관련 지식을 배웠다. 게임 개발(프로그래밍)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플래시 액션스크립트 관련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뒤지고, 게임 팔레트·룸즈를 실제로 만들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개발 실력을 키웠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인터랙티브 미디어·게임 디비전(USC IMGD)에 유학해 게임 디자인, AR, 키넥트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한 게임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김종화 대표는 리차드 레마찬드 USC IMGD 교수이자 언차티드 시리즈 디렉터의 ‘게임은 다른 모든 매체를 재료로 쓸 수 있는 특별한 매체’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영화를 종합 예술이라고 이르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은 영화의 모든 요소에 상호작용성까지 더한 매체"라며 "게임을 만드는 일은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는 뿌듯함, 아무도 걷지 않는 흰 눈길을 걷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보람찬 일"이라고 말했다.

구글플레이가 2019년 9월 개최한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 TOP3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에 참여한 김종화 대표(오른쪽) / 오시영 기자
인디게임은 생태계 선순환 이끄는 역할
문화·예술로서의 게임은 장려, 사행성은 강하게 규제했으면

김 대표는 최근 인디게임, 소규모 개발자 수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네오위즈는 스컬, 플래비퀘스트 등 인디게임 스팀에 퍼블리싱하고, 학생팀이 만든 래트로폴리스, 던그리드 등이 스팀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다. 김 대표는 인디게임 시장은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도 이미 뛰어든 개발자가 먹고살 수 있도록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디라는 말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종 공모전·지원 사업을 보면 죄다 인디게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추세"라며 "인디 정신을 그저 ‘장차 넥슨·NC처럼 큰 회사가 되기를 원하는 분들’이라는 시각으로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게임은 장난감이자 스포츠, 예술이다. 게임 제작자는 게임과 함께 자랐고, 이를 직업으로 선택할 정도로 게임에 애착을 느끼는 사람이다"라며 "하지만 사회에서는 사행·중독·폭력 등 프레임으로 게임을 규정할 때도 있고, 이런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한 면도 있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을 문화·예술의 일부로 지원하면서 간섭은 줄이고 사행성·확률형 아이템 등 요소는 강하게 제재하면서 명확히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룸즈2 소개 영상 / 김종화 대표
불안감, 질투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믿어야
신작 견생(犬生) 체험게임 개발에 집중

김 대표는 소규모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특히 학생시절 만든 룸즈, 팔레트 등 게임이 좋은 성적을 낸 탓에 이후 자연스럽게 내리막길도 경험하게 됐다. 유학, 군대 시절 개발자로서 방황하다 보니 어느새 더 늦게 시작한 개발자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모습도 여러 번 지켜보게 됐다.

그는 "후배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적인 질투의 감정, 뒤쳐졌다는 불안감 등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해봤지만, 결국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신작 어드벤처 게임 개임(a Dog’s Story, 가칭) 개발에 매진한다. 이 게임은 한 애완견의 견생(犬生)을 개가 되어 체험하는 콘텐츠를 담는다. 인간과 말이 통하지 않는 개가 사람과 더불어 살며 유대감을 쌓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그는 "게임 기본 규칙 등은 어느 정도 확립했는데, 생각보다 게이머의 감정을 원하는 대로 이끄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어 실험 중이다"라며 "2020년말에 플레이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고, 2021년 안에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화 대표의 대학원 졸업 작품 ‘스페이스 마에스트로’를 플레이하는 한 이용자의 모습 / 김종화 대표
"내가 만든 게임이 누군가의 삶에 울림 줬으면"

15년이 넘는 기간 게임을 개발하면서, 20대 초반 세계 최고를 꿈꾸던 김종화 대표의 꿈은 어느새 바뀌었다. 30대 중반 김 대표의 꿈은 자신의 삶과 함께한 게임이 누군가의 삶에 울림을 전하는 매체로 성장하도록 하는 작품을 만들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것이다.

그는 "10년 후 깊은 산골짜기에 집을 짓고, 적당히 부유한 자연인으로 살면서 게임을 만드는 내 모습을 꿈꾼다"며 "어떻게 보면 소박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얻고 싶은 것도 다 얻는 욕심 많은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대표는 게임에 대한 애정은 언제나 자신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 개발자가 자신의 직업이라기보다는 정체성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학업, 알바, 정규직 등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항상 게임 개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제노바 첸 댓게임컴퍼니 대표 겸 디렉터의 말을 인용했다. 첸 대표는 인디 정신을 해적이라고 표현했다. 해적은 규칙을 따르지 않고 보물을 찾는다. 바다는 넓은 데다가 위험하고, 항해 과정에서 잃는 것도 많겠지만, 어느 해적은 보물을 찾아낸다. 이는 다른 해적이 바다로 뛰어들도록 하는 동기가 된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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