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하루천자’ 글감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로 꼽히는 기형도(奇亨度, 1960~1989)의 시를 골랐습니다. 대표작인 ‘입 속의 검은 잎’에서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라고 노래했듯, 죽음과 상실의 이미지들에 탐닉한 비관주의적 시풍을 가진 시인입니다.

시인의 요절 후에 나온 시집 《입 속의 검은 잎》(1991, 문학과지성사) 중에 실린 시를 소개합니다. 원래는 하나의 연(聯)으로 되어 있지만, 시인성(視認性)을 위해 여섯 개의 연으로 나누었습니다. 시를 감상하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기형도는 1960년에 태어나 1970년대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기형도의 시집은 그가 죽은 뒤에 나왔다. 1989년 3월 7일 새벽 3시 30분, 서울 종로3가 파고다극장의 한 좌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死因)은 뇌졸중. 사후 출간된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시집 제목은 평론가 故 김현(1942~1990)이 정한 것이다. 아름다우면서도 절망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이 한 권의 시집으로 기형도는 단번에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기형도는 1960년에 태어나 1970년대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기형도의 시집은 그가 죽은 뒤에 나왔다. 1989년 3월 7일 새벽 3시 30분, 서울 종로3가 파고다극장의 한 좌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死因)은 뇌졸중. 사후 출간된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시집 제목은 평론가 故 김현(1942~1990)이 정한 것이다. 아름다우면서도 절망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이 한 권의 시집으로 기형도는 단번에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흔해빠진 독서 / 기형도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

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
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 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 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

휴일이 지나가면 그뿐, 그 누가 나를 빌려가겠는가
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저 자를 눕혀두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의 거리로 나간다

휴일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러면 종종 묻고 싶어진다, 내 무시무시한 생애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망치기 위해
가엾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흙탕물 주위를 나는 기웃거렸던가!

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
대부분 쓸모없는 죽은 자들을 당신이 좀 덜어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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