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현지시각) 출범한 OTT ‘HBO Max(HBO 맥스)’가 출시 직후 소비자와 업계로부터 숱한 비판을 받는다.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에 이어 자체 제작한 인기 콘텐츠 일부를 바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스마트TV에서 콘텐츠가 재생되지 않고, 4K HDR(High Dynamic Range,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표현하는 기술)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HBO 맥스는 HBO·HBO Now·HBO Go 등 서비스를 통합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다. 경쟁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7달러, 8600원)·넷플릭스(13달러, 1만6000원) 등과 비교하면 구독료(15달러, 1만8400원)가 비싸다. HBO 맥스가 나왔지만 기존 HBO Now와 HBO Go는 서비스 된다. 소비자가 서비스에 대한 혼동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BO 맥스는 서비스 시작 후 DC 코믹스 영화와 드라마, 다양한 연령대가 볼 만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TV쇼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독점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로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과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 시리즈’, ‘맨 오브 스틸’ 등 DC 코믹스 영화 인기 작품은 HBO 맥스에서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틴 타이탄’, ‘고담’, ‘스몰빌’ 등 미국에서 인기를 끈 DC 코믹스 드라마도 시청 가능 리스트에 없다.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지식재산권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애니메이션 일부도 제공하지 않는다. 몇 몇 애니메이션은 같은 이유로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HBO 맥스 측은 해당 콘텐츠의 서비스 시기에 대해 "2020년 내에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4000만명 이상이 쓰는 로쿠(Roku)나 미국 OTT 재생기 시장 점유율 12%에 세계 사용자가 4억명에 달하는 아마존 파이어TV(Fire TV) 등에서는 HBO 맥스를 이용할 수 없다.
AT&T 측은 "이들 제조사와 아직 계약을 맺지 못했으며, 꾸준히 협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HBO 맥스는 4K 해상도 HDR 영상도 지원하지 않는다.
미국 시장분석기업 모펫네이던슨(moffettnathanson)은 HBO 맥스에 평점 ‘C+’라는 박한 점수를 줬다. 화려하게 눈을 끌 수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가 부족한데다, 구독료가 비싸 감동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HBO 상표가 엉망이 돼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도 가했다.
강도높은 비판을 받은 HBO 맥스의 흥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모바일 앱 분석 기업 센서타워(SensorTower)의 조사 결과를 보면, HBO 맥스의 첫 주 모바일 앱 가입자 수는 불과 8만7000명에 불과하다. 짧은 동영상을 앞세운 퀴비(Quibi)나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첫 주 각각 38만명과 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경력이 있다.
HBO 맥스를 운영하는 미국 이동통신사 AT&T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AT&T에서 판매 중인 가장 비싼 5G 요금제인 언리미티드 엘리트(Unlimites Elite)를 비롯해 TV 나우·인터넷 1000·다이렉트TV프리미어 등 결합서비스 가입자에게 HBO 맥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가십 걸, 둠 패트롤 등 자체 제작 콘텐츠 목록과 함께 8월까지의 상영 예정작도 공개했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