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고전을 월·화요일과 목·금요일에 연속 게재하고, 수요일에는 짧으나 깊은 공감을 주는 콘텐츠를 골라 제시함으로써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상의 《날개》는 4일과 5일 3·4편으로 이어집니다.

미술사학자·미술평론가인 故 최순우(崔淳雨, 1916~1984)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1994, 학고재) 중 ‘연경당에서’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창덕궁 후원을 가 본 적이 있다면, 그 때 어떤 감상을 느꼈었는지 돌이켜보며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최순우 선생은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이기도 했다. 사진은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살던 집(‘최순우 옛집’) 사랑방이다. 1930년대 지어진 ‘ㅁ’자 한옥인 기념관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매입하여 보전된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제1호(등록문화재 제268호)로, 일반에게 개방하고 각종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성북동 소재.
최순우 선생은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이기도 했다. 사진은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살던 집(‘최순우 옛집’) 사랑방이다. 1930년대 지어진 ‘ㅁ’자 한옥인 기념관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매입하여 보전된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제1호(등록문화재 제268호)로, 일반에게 개방하고 각종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성북동 소재.
연경당에서 / 최순우

연경당 넓은 대청에 걸터앉아 세상을 바라보면 마치 연보랏빛 필터를 낀 카메라의 눈처럼 세월이 턱없이 아름다워만 보인다. 이렇게 담담하고 청초하게 때를 활짝 벗은 우리 것의 아름다움 앞에 마주서면, 아마 정말 마음이 통하는 좋은 친구를 만났을 때처럼 세상이 저절로 즐거워지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왕자의 금원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니 어딘가 거추장스러운 위엄이나 호사가 물들었을 것 같기도 하고 궁원다운 요염이 깃들일 성도 싶지만 연경당에는 도무지 그러한 티가 없다. 다만 그다지 넓지도 크지도 않은 조촐한 서재차림의 큰 사랑채 하나가 조용하고 밝은 뜰에 감싸여 이미 태곳적부터 있었던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놓여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수다스러운 공포도 단청도 그리고 주책없는 니스 칠도, 일체 속악한 것이 발을 붙일 수 없는 곳이다.

다만 미끈한 굴도리 팔작집에 알맞은 방주, 간결한 격자 덧문과 용자 미닫이, 그리고 순후하게 다듬어진 화강석 댓돌들의 부드러운 감각이 조화되어서 이 건물 전체의 통일된, 간결한 아름다움을 가누어주고 있는 듯싶다.
(후략)

연경당은 창덕궁 후원 안에 지어졌으며, 사랑채·안채·안행랑채·바깥행랑채·반빗간·서재·후원·정자 및 연못을 완벽하게 갖춘 109칸 반짜리 집이다. 연경당은 사랑채의 당호(堂號)이자 집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연경당은 창덕궁 후원 안에 지어졌으며, 사랑채·안채·안행랑채·바깥행랑채·반빗간·서재·후원·정자 및 연못을 완벽하게 갖춘 109칸 반짜리 집이다. 연경당은 사랑채의 당호(堂號)이자 집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 단어 풀이
- 금원 : 禁苑. 여기서는 창덕궁 후원(後苑).
- 공포 : 栱包. 처마끝의 무게를 받치려고 기둥머리에 짜맞추어 댄 나무쪽.
- 굴도리 : 둥근 단면을 가진 도리(한옥 지붕구조에서 들보에 직각으로 기둥과 기둥 사이에 얹어서 연직하중 또는 수평하중을 받는 가로재 중 하나)로서 큰 집이나 전각에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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