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86) 필사해 보세요, 윤동주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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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06 04:00
주말 ‘하루천자’ 필사 글감으로 윤동주(尹東柱, 1917~1945)의 시를 골랐습니다.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 후반의 양심적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았으며, 그의 시는 일제와 조선총독에 대한 비판과 자아성찰 등을 소재로 한 것이 많습니다.

윤동주가 쓴 마지막 시로 알려진 ‘쉽게 씌어진 시’(1942)를 소개합니다. 이후에 몇 편의 시를 더 썼으나, 일제가 파기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윤동주 시의 중심 개념인 ‘부끄러움’이 여기도 등장합니다. 찬찬히 읽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윤동주는 연변 용정에서 출생하여 명동학교에서 수학했고, 평양 숭실중학교와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연희전문학교 2학년 재학 중 《소년(少年)》지에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연희전문학교 졸업(왼쪽) 이후 일본에 건너가 1942년 교토 도시샤 대학에 입학, 항일운동 혐의로 1943년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 투옥, 100여 편의 시를 남기고 27세의 나이에 옥중사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의 사후에 출판된 유고시집으로, 1941년에 연희전문학교 시절에 쓴 19편을 시집으로 펴내려던 것을 검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루지 못하고 1948년 정음사(正音社)에서 유작 31편을 모아 동일한 이름으로 간행하였다. 1948년 2월 윤동주의 3주기 추도식에 맞춰 갈색 벽지로 표지를 한 초간본(오른쪽) 10권이 제작되었고, 그 다음 달 초판본 1,000부를 찍어 정식 발행했다.
쉽게 씌어진 시(詩) /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낱말 풀이
- 육첩방 : 六疊房. 불을 때지 못하는 마루방으로 짚을 넣은 돗자리를 깔아놓은 일본식의 방. ‘육첩방은 남의 나라’라는 표현은 윤동주가 남긴 수십 편의 시 가운데 간접적으로나마 일본을 언급한 유일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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