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게임 엔진 ‘언리얼 엔진’을 만드는 회사이기도 하다. 2021년 말에는 언리얼 엔진5를 새로 출시한다. 언리얼 엔진은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의 고퀄리티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어 대작 게임용으로 자주 쓰인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넥슨의 V4,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은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해 제작됐다.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대표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신형 언리얼 엔진5 부터 소규모 게임사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은 기업을 단순 팔로어에서 그래픽 분야 퍼스트 무버로 전환시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리얼 엔진5의 핵심 특징으로 편리함가능성을 꼽았다.

지스타2019에 참여한 박성철 대표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지스타2019에 참여한 박성철 대표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콘솔·PC·모바일 기기는 갈수록 진화한다. 차세대 제품에 걸맞는 게임을 만들려면 비용·시간·노력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5는 편리한 개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소규모 개발자의 게임 개발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데 투입해야 하는 비용도 확실히 줄여준다. 에픽게임즈는 2019년 11월 인수한 퀵셀의 메가스캔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출시하는 프로젝트 당 매출액 12억원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

박 대표는 "가능성 있는 소규모 개발팀이 언리얼 엔진으로 다양한 게임을 제작하면, 개발사·게이머를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반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빛의 반사를 추적하고, 움직임을 계산해 사실적인 그래픽을 구현하는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이와 같은 효과를 게임 화면 전체에 걸쳐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루멘’ 등 고급 기술도 다수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언리얼 엔진5로 제작한 영상 /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은 게임 분야를 넘어 CG·시각효과, 자동차, 건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된다.

자동차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기업은 이미 사용하던 도구가 있지만, 게임 엔진은 실시간 렌더링 측면에서 훨씬 뛰어난 효율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계 요소를 미리 검증해 사전에 문제를 찾고, 오프라인 렌더링으로 제작하던 CG를 실시간으로 제작해 제작 시간을 줄여준다.

박 대표는 언리얼 엔진5부터 다른 산업군에서의 채용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에는 언리얼 엔진의 실시간 렌더링 방식과 기존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도구의 작업 방식이 달랐고, 언리얼 엔진으로 작업물을 가져올 때 폴리곤 수를 줄이는 등 최적화 과정이 필요했다"며 "언리얼 엔진5는 작업물을 자동으로 최적화해주고 고퀄리티 작업물의 실시간 렌더링을 지원하므로, 향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픽게임즈가 언리얼 엔진 성능을 꾸준히 개선하고, 누구나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업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박 대표는 에픽게임즈의 목표에 대해 "언젠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힘든 메타버스(가상세계)의 시대가 올 것이다"며 "현재는 콘텐츠를 제작·배포하는 일이 대기업의 전유물이지만, 앞으로는 소규모 개발사는 물론 개인 이용자도 손쉽게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GTA5를 무료로 배포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GTA5를 무료로 배포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다음은 박성철 대표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 언리얼 엔진을 다른 산업군에 활용하는 사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대표 사례를 정리해보자면 ▲디즈니+ ‘스타워즈 만달로리안’, HBO ‘왕좌의 게임’ 사전시각화(프리비즈), 해운대 등 CG·시각효과 분야 ▲웨더채널 버추얼 스튜디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증강현실(AR) 효과’ 등 방송 분야 ▲BMW, 아우디, 맥라렌, 페라리 등 자동차 시각화와 컨피규레이터(맞춤 판매) 등 자동차 분야 ▲동대문디자인 플라자를 디자인한 자하하디드, 삼성 래미안 등 건설 분야 등이 언리얼 엔진을 쓴다.

- 개발자가 대접받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소위 말해 ‘퍼주고’ 있는데,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서 이렇게 해도 되나. 글로벌 히트작 ‘포트나이트’ 매출로 지출을 커버하는 구조인가.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4를 무료화하면서 ‘개발사가 성공해야 우리도 성공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우리는 개발사의 흥망과 관계 없이 항상 비용을 청구하는 단순 소프트웨어 벤더가 아니다. 우리도 소규모 인디 개발사로 시작한 회사인 탓에 개발사의 힘든 부분을 잘 이해한다. 그들의 파트너가 되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무료 게임은 직접 게임을 받아 즐기는 게이머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개발자가 대접 받는 생태계를 꿈꾸는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저변을 넓혀서 개발사가 더 좋은 조건으로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이는 세계에서 인기를 끈 ‘포트나이트’ 수익 덕에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이다. 게임 성공으로 얻은 수익을 업계에 돌려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개발 계획을 한 눈에 보여주는 트렐로 화면 / 오시영 기자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개발 계획을 한 눈에 보여주는 트렐로 화면 / 오시영 기자
-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게임 무료 배포로 모은 이용자를 단골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능 보강이 필수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출시 초기부터 기능 부족 탓에 비판받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개발에 몰두한다. 우리는 기능 개선 계획을 모든 이용자와 공유하고 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 자가 환불 기능이 이미 추가됐고, 이른 시일 안에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스토어에 로그인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쇼핑 카트, 선물하기 기능 등도 계획에 있다. 스토어 기능은 개발사와 소비자 양측의 의견을 균형 있게 고려해 개발 우선 순위를 정한다.

- 7:3 수수료 구조를 개선하고자 구글 플레이스토어 밖에서 제공하던 포트나이트를 끝내 구글 플레이에 입점시킨 것을 보고 에픽게임즈가 구글에 백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는데, 정말인가.

생태계를 공정하게 바꾸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앞으로도 에픽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에픽게임즈, 모바일 시장 진출하나… 시작은 안드로이드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대표 / IT조선DB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대표 / IT조선DB
- 대표작 ‘포트나이트’는 최근 소셜 모드 ‘파티로얄’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추가하는 등, 단순한 배틀로얄게임이 아닌 ‘가상현실 세계’로 거듭난다. 이는 의도한 것인가. 포트나이트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포트나이트는 세계 이용자 수가 3억5천만명에 달하고, 4월 기준으로 누적 플레이 시간이 32억시간에 달한다. 세계에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덕에 포트나이트는 단순히 배틀로얄 장르를 넘어 실시간 3D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추가한 파티로얄 콘텐츠는 액션·건축 요소를 빼고 다수 이용자가 편하게 소통하도록 돕는 콘텐츠다. 이 곳에서 딜런 프란시스, 스티브 아오키 등 아티스트가 가상 공연을 펼치기도 했고,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테넷’ 소개 영상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포트나이트를 통해 이용자에게 새 경험을 전할 수 있도록 공연, 영화 등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할 계획"이라며 "하나의 게임이라는 인식을 넘어 끊임없이 진화하는 3D 소셜 공간, '메타버스(가상세계)'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포트나이트 파티로얄 소개 영상 / 포트나이트 코리아 유튜브 채널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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