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재걸·최윤재 KAIST 교수 "신선한 아이디어 많아, AI 선순환 구조 만들자”

입력 2020.06.09 06:00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다. AI 강국 실현을 위해선 ‘톱 티어’ 인재가 필수적이란 판단에서다.

우리 정부도 인재 육성에 나섰다. ‘디지털 뉴딜’ 정책을 통해 AI 대학원을 확대하고 AI·소프트웨어(SW) 핵심 인재 10만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작년 문을 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 대학원은 젊음과 전문성을 강점으로 삼았다. 교수진 평균 나이가 만 41세로 국내 AI 대학원 교수진 중 가장 젊다. 올해 초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 출신인 주재걸(41) 교수, 구글브레인 출신인 최윤재(36) 교수도 대열에 합류했다.

IT조선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KAIST AI대학원 성남연구센터에서 주재걸, 최윤재 교수를 만나 AI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인터뷰했다.

다음은 두 교수와의 일문일답.

최윤재, 주재걸(왼쪽부터) KAIST AI 대학원 교수 / 장미 기자
-핵심 연구 분야를 소개해달라.
주재걸(이하 주) :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데이터 시각화 분석 등을 주로 한다. 컴퓨터 비전을 풀어 이야기하면 ‘딥페이크’와 같은 영상처리 생성 기술을 예로 들 수 있다. 영상 생성·합성 기술이 최근 2~3년간 빠르게 발전해왔는데 이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일례로 밑그림에 채색을 해주는 AI 기술을 개발, 학회에 성과를 발표했다. 네이버웹툰과 장기간 협업해 작가들이 채색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연구한 결과다. 다만 작가들이 직접 사용하려면 기존 작업 도구에 기술을 탑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실제 적용 사례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협의 중이다.

최윤재(이하 최) : 의료에 AI를 접목한 헬스케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전자화해 저장하는 ‘전자의무기록(EMR)’을 이용한 인공지능 연구가 대표적이다. 개인의 의료 기록을 포함해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 발병 확률을 예측하는 식이다.

-AI 대학원 사업 확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주 : 저변 확대도 중요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등은 관련 단과대학에 조 단위 금액을 투자한다. 반면 국내 AI 대학원 지원 규모는 학교별로 20억원 수준이다.

또, 일각에서는 ‘AI 붐’이 꺼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은 학생 수급에 어려움이 없지만 향후 적자생존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명맥만 유지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정부에서 꾸준히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AI 인재 육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가?
최 : 미국에선 이미 2000년대 초중반 인공지능 붐이 시작됐다. 우리는 조금 늦은 편이다. 인재 육성과 정책적 투자를 함께 추진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집중 투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연관 산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주 : 다변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AI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인력이 있는가 하면 실무적으로 산업에 빠르게 대응하는 인력도 있다. 후자도 기초 지식 연구, 프로그래밍, 제품화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처럼 수요에 맞게 다양한 인재를 길러낼 필요가 있다. 학교별로 특화하거나 실무 중심 교육을 펼치는 등 유연하게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KAIST AI 대학원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AI 정책 방향에 조언한다면?
주 : 인공지능 분야에선 데이터셋 확보가 관건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이 활용할 수 있도록 ‘라벨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일정 부분 투자한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라벨링 작업은 중요한 토대가 되지만 그 자체는 단순 업무다. 하이테크 선도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정책이 목적 지향적으로 진행이 돼야 의미 있는 결과 나올 수 있다. 중국은 ‘얼굴 인식’을 목표로 두고 센스타임이라는 회사를 적극 키웠다. 원래 유명한 회사가 아니었지만 정부 주도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성장했다. 목표가 구체적이어야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보완할지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근 산··연 협력이 활발하다. KAIST도 KT의 ‘AI 원팀’에 소속돼 있다.
주 : AI 원팀에 일부 관여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과 학교가 협업하면 서로 명확한 역할을 하며 상호보완할 수 있다.

최 : 산업계가 커져야 다 함께 발전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AI/데이터 기업이 주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성장하면서 학문 저변이 넓어졌다.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중 등 해외 국가에 비해 한국 AI 기술 수준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보는지.
최 : 연구하는 측면에서는 피부에 와닿는 수준은 아니다. 이론적인 연구에서는 국제 톱 학회 논문도 많이 나오고 실적도 좋다. 다만 기술을 적용하는 산업적 측면에서는 인프라, 규제 등 격차가 크다.

헬스케어 분야에 한정해 설명하자면 상업적 활용이 아닌 학술적 연구에도 제약이 많다. 환자의 의료 기록이 있어야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데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 병원의 협조가 필요하고 외부 정보 반출이 어려워 병원 내에서 확인해야 한다. 산업을 일으키는 건 또 다른 문제이고 일단 연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AI 대학원 교수로서의 각오는?
주 : AI 분야 자체는 오래됐지만 최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KAIST 대학원에는 젊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교수들이 많아 자극을 받는다. 또 좋은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후회 없이 공부하고, 졸업 후에도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력 양성에 힘을 쏟겠다.

최 : 산업계를 떠나 교수라는 새로운 일을 KAIST AI 대학원에서 시작하게 됐다. 실패하지 않고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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