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92) 필사해 보세요, 신석정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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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13 04:00
주말 ‘하루천자’ 필사 글감으로 신석정(辛夕汀, 1907~1974)의 시를 골랐습니다. 본명은 석정(錫正)이며, 아호는 석정(夕汀)으로,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불교전문강원(佛敎專門講院)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습니다.

신석정은 식민지시대 막바지 암흑기에 자신의 시들을 발표하지 않고 서랍 속에 처박아두었다가 해방이 되자 비로소 묶어 한 권의 시집을 펴냈는데, 《슬픈 목가(牧歌)》가 그것입니다. 고향 후배 시인 서정주에게 주었던 오늘의 시를 찬찬히 읽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시를 주로 썼다고 평가되는 시인 신석정(왼쪽)은 1943년 서정주(徐廷柱, 1915~2000)에게 〈흑석고개로 보내는 시〉를 '정주에게'라는 부제를 달아 보낸다. 이때 신석정은 전북 부안에 살고 있었고, 부안 바로 옆 고창이 고향이었던 서정주는 1942년 아버지 장례를 치른 후 가산을 정리해 한강변 흑석정의 기와집으로 이사와 살고 있었다. 서정주는 흑석동으로 이사한 직후부터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논리를 수용하고 전파하는 친일문학에 이미 빠져들기 시작했다. 신석정이 이 시를 쓴 이유도 고향 후배 서정주의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염려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 시는 해방 이후 펴낸 시집 《슬픈 목가》(오른쪽)에 실렸다.
흑석(黑石)고개로 보내는 시 / 신석정
- 정주(廷柱)에게

흑석고개는 어늬 드메 산골인가
서울서도 한강
한강 건너 산을 넘어가야 한다드고

좀착한 키에
얼굴이 까무잡잡하여
유달리 희게 들어나는 네 이빨이
오늘은 선연히 보이는구나

눈 오는 겨울밤
피비린내 나는 네 시를 읽으며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는 청년
그 청년이 바로 우리 고을에 있다

정주여
나 또한 흰 복사꽃 지듯 곱게 죽어갈 수도 없거늘
이 어둔 하늘을 무릅쓴 채
너와 같이 살으리라
나 또한 징글징글하게 살아보리라

- 1943 짓고, 1947년 대지사(大志社)에서 펴낸 시집 《슬픈 목가》에 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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