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방식이 얼추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워 한다. 관련업계는 기재부가 양도소득세와 기타소득세 중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실제 기재부가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 지 관심이 쏠린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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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매매차익에 따른 소득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구체화 작업에 한창이다. 구체화가 완료되면 기재부는 7월 세법 개정안을 공식 발표한다. 이후 9월 정기 국회에 이를 제출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수익에 소득세가 부과된다.

양도소득세에 무게…왜?

올해 초까지 업계는 기재부가 가상자산 매매차익에 기타소득을 적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월 기재부가 가상자산 과세 방안을 검토하는 주무 담당조직을 재산세제과에서 근로·사업·기타소득세 등을 담당하는 소득세제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이용자별 거래 내용을 기록·보관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한 것)’ 개정안이 3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거래소를 통해 이용자 정보와 거래내역을 파악하기 용이해지면서 업계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기타소득보다는 양도소득 부과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특히 블록체인 업계는 양도소득세 적용이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재부와 업계 관계자 간 이뤄진 비공개 논의 자리에서는 기타소득세·거래세가 수익뿐 아니라 손실이 나도 세금을 물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거래세는 이미 주식시장서 폐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굳이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주식과 부동산 같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게 과세 형평성에 부합한다"며 "다만 양도소득으로 과세하기 위해선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 뿐 아니라 취득 시기, 단가, 매각 시기 등을 주식과 같이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세부터 하고보자는 생각 버려야…표준 없인 적용해도 문제

관련업계는 양도세득세에 무게를 두면서도 정부의 과세가 과연 맞느냐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한 만큼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과세에 앞서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수익통산·이월공제 허용 등 세부적인 과세 인프라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조세환경 변화와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의 자산성을 인정하는 국제적 추세를 고려해 가상자산의 과세방안을 현행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 연장선상에서 포괄 검토해야 한다"며 미국과 호주를 예로 들었다. 이들 국가는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한 국가다. 투자목적으로 보유한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에 자본이득세(Capital Gain Tax)를 부과한다.

예산정책처는 "조세원칙을 실현하는 것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조세회피 방지, 투기 과열 교정에는 의의가 있다"면서도 "세법상 가상자산 성격에 대한 규정과 가상자산 과세기준이 수립되지 이전엔 과세처분 적정성에 대해 해석상 논란이 상존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재부와 업계 간 몇 차례씩 이뤄진 논의 자리에서는 과세 표준 논의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특성상 기존 과세 체계를 바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과세 인프라와 세율, 과세 구간 등을 두고 여러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