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작 '발로란트' 등장에도 PC 업계는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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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16 06:00
PC 이용자 사이에서 최신 일인칭 슈팅게임(FPS) ‘발로란트(VALORANT)’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로 친숙한 라이엇게임즈가 완전히 새롭게 선보인 발로란트는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2일 정식 출시 이후 벌써 PC방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다.

발로란트 게임 플레이 모습. / 라이엇게임즈 유튜브
하지만 PC 업계는 모처럼의 신작 PC용 게임 출시 소식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발로란트가 소위 ‘대박’을 터뜨려 LoL의 뒤를 이를 또 하나의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떠오를 수 있지만, 정작 게임을 실행하는 플랫폼인 PC 업그레이드 수요로 이어지기에는 어렵다는 평가 영향이다.

발로란트의 최소 사양은 무려 2008년 출시된 인텔 코어2 듀오 E8400과 HD4000 내장 그래픽 정도면 된다. 초당 144프레임의 최고 화질과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필요한 요구 사양도 2014년 출시한 인텔 4세대 코어 i5-4460 CPU와 2016년 출시된 지포스 GTX 1050 Ti 그래픽카드 정도면 된다. 4~5년 전 평균 사양의 PC를 쓰더라도 최고 화질로 발로란트를 즐길 수 있다.

발로란트의 하드웨어 요구 사양. / 라이엇게임즈
발로란트에 대한 PC 요구 사항이 낮은 것은 애초부터 라이엇게임즈가 의도했던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있는 게이머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발로란트를 즐길 수 있도록 구형 PC에서도 즐길 수 있게 저사양 하드웨어에 맞게 개발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처럼 하드웨어 진입 장벽을 낮춰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겠다는 계산도 포함됐다. 나라별로 네트워크 성능 차이가 거의 없도록 광범위한 글로벌 전용망까지 깔았을 정도다.

발로란트 같은 저사양 게임이 인기를 끌수록 최신 고사양·고성능 게이밍 PC와 관련 하드웨어의 매출은 줄어든다. 구형 PC로 충분히 게임이 돌아가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나 신규 구매가 줄어들고, 새로 사더라도 마진이 적은 저사양 보급형 PC만 찾는다. 최대 수요처인 PC방에서도 하드웨어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다.

PC 업계는 이미 LoL의 인기가 이어질 때도 한차례 경험했던 내용이다. LoL 역시 현역 게임 중 하드웨어 요구 사양이 매우 낮은 게임이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2~2016년은 고사양·고성능 PC 및 하드웨어 수요가 급감했다. PC 업계 입장에서는 보릿고개였다. PC 수요가 줄자 하드웨어 기술 발전도 덩달아 둔화했다. 신제품이 나와도 예전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PC 업계 관계자들은 2012~2016년 당시를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한다.

2016년 5월 나온 ‘오버워치’와 2017년 스팀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배틀 그라운드’ 등 어느 정도의 하드웨어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PC 업계의 숨통도 트였다. 고사양·고성능 게이밍 PC의 판매가 늘고, PC방도 하드웨어 교체와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전체 PC 출하량이 감소하는 추세에도 게이밍 PC 시장만 홀로 역주행을 했다.

저사양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 멀티코어 CPU를 비롯한 고성능 하드웨어의 수요는 도리어 감소한다. / IT조선 DB
게임의 요구 사양이 높아지자 하드웨어 기술 발전에도 다시 속도가 붙었다. CPU의 경우 2017년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등장했고, 2020년 16코어 제품까지 나왔다. 그래픽카드 역시 지포스 900시리즈를 시작으로 지포스 10시리즈, 20시리즈 등 몰라보게 업그레이드 된 화질과 성능의 제품이 나왔다. 고사양 게임이 PC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다는 업계의 속설이 증명된 셈이다.

발로란트의 등장은 업계에 또 한 번 2012년~2016년의 어려운 시기를 떠오르게 한다.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 등 게임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발로란트가 인기 게임 자리를 차지하는 한 PC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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