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98) 필사해 보세요, 조지훈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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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20 04:00
주말 ‘하루천자’ 필사 글감으로 조지훈(趙芝薰, 1920~1968)의 시를 골랐습니다. 조지훈은 일제 강점기 이후로 활동한 대한민국의 수필가·한국학 연구가·시인으로, ‘청록파’ 시인 중 한 사람입니다.

"전통적 생활에 깃든 미의식을 노래했다"고 평가받는 시인 조지훈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른 문인들과 함께 공군종군문인단에 들어가 부단장을 맡으며 종군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동족상잔의 비극적 국면이 절실하게 나타나 있는 오늘의 시를 찬찬히 읽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조지훈(왼쪽)의 본명은 동탁(東卓)으로,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1939년《문장》(文章)지에 〈고풍의상〉(古風衣裳), 〈승무〉(僧舞)를, 1940년 〈봉황수〉(鳳凰愁)를 추천받아 문단에 나왔다. 1941년 혜화전문학교(지금의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1948년부터 사망시까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박두진·박목월과 함께 펴낸 《청록집》(靑鹿集, 1946)으로 ‘청록파’(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조지훈·박목월·박두진)로 불리게 되었고, 〈지조론〉이라는 수필을 통해 이승만 정권 및 정치인들의 지조없음을 꾸짖은 전례가 있을 정도로 대쪽같은 인물이었다. 세속적인 이해와 타협을 거부한, 말하자면 과거 조선 시대의 선비 정신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부원(多富院)에서 / 조지훈

한 달 농성(籠城)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彼我) 공방(攻防)의 포화(砲火)가
한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大邱)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구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荒廢)한 풍경(風景)이
무엇 때문의 희생(犧牲)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軍馬)의 시체(屍體)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傀儡軍) 전사(戰士)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運命)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安息)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者)도 산 자(者)도 다 함께
안주(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 195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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