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슈퍼컴퓨터 상위 500대의 정보를 정리한 톱500 최신판이 6월 22일(현지시각) 발표됐다. 이번 발표에서 일본의 후가쿠(Fugaku) 시스템이 왕좌를 차지했다.

이 시스템은 실측성능 415페타프롭스(PetaFLOPS, 1초에 1000조번의 연산을 수행)로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써미트(Summit)’를 밀어내고 왕좌에 등극했다. 써미트의 실측성능은 149페타플롭스로 후가쿠의 36%에 불과하다.

후가쿠(Fugaku) 슈퍼컴퓨터는 415페타플롭스의 실측성능으로 세계 1위 슈퍼컴의 왕좌를 차지했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
후가쿠(Fugaku) 슈퍼컴퓨터는 415페타플롭스의 실측성능으로 세계 1위 슈퍼컴의 왕좌를 차지했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
후가쿠(富岳)는 후지(富士)산의 다른 이름이다. 일본 최고의 산인 후지산처럼 일본 최고의 컴퓨터라는 의미다. 공모를 통해 접수된 5181개 후보 중 선정됐다.

후가쿠 슈퍼컴은 2014년에 시작된 일본 국가대표급 슈퍼컴 구축사업의 결과다. 2011년 세계 1위로 등장한 ‘케이(Kei)’ 슈퍼컴퓨터의 후속시스템이다. 총 1100억엔(약 1조2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케이 슈퍼컴에 사용했던 오라클 스파크(SPARC, Scalable Processor ARCitecture) CPU를 과감히 포기하고 ARM 기반 CPU를 채용했다. 그 배경에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스파크 칩의 성능 개선을 진행하면서 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오라클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A64FX CPU. ARM 기반으로 48개의 코어 3.4테라플롭스의 이론성능을 구현했다. 후가쿠에 약 15만개의 A64FX가 탑재됐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
A64FX CPU. ARM 기반으로 48개의 코어 3.4테라플롭스의 이론성능을 구현했다. 후가쿠에 약 15만개의 A64FX가 탑재됐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
후가쿠에 사용된 ‘A64FX’ CPU는 기존의 ARMv8-A CPU에 실수연산 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한 SVE(Scalable Vector Extension)를 추가하고 고성능 메모리를 탑재했다. 48 코어로부터 3.4테라플롭스(TeraFLOPS: 1초에 1조번의 연산을 수행)의 이론성능을 구현했다.

GPU 등 수치가속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주목할 점이다. 사업기획 단계에서 일본기업의 벡터형 가속기를 사용 엑사플롭스(ExaFLOPS: 1초에 100경번의 연산을 수행) 성능을 구현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막대한 비용 때문에 포기하게 되었다는 소문이다.

전체 시스템은 계산 노드로부터 시작한다. 384개 노드가 모여 캐비닛 형태의 랙(rack)을 만들고, 396개의 랙이 모여서 시스템을 이룬다. 후가쿠에는 15만2064개의 CPU와 729만9072개 코어가 탑재됐다. 메모리도 4.9페타바이트에 달한다. 그 막대한 규모에 걸맞게 무려 28메가와트(MW) 전력을 소모한다.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한 후가쿠가 제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기간은 1년 남짓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엑사플롭스급 시스템이 내년 등장할 예정이며, 중국도 깜짝쇼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안타깝게도 톱500에 등재된 한국 슈퍼컴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누리온(18위)과 기상청 누리·미리(139·140위) 등 3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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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싸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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