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파워트레인 개발 능력, '氣 죽을 수준' 절대 아니다"

입력 2020.06.24 06:00

황준하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GPS 전무
국산 소형엔진 개발 능력으로 GM 본사 임원 올라
한국 파워트레인 개발능력 ‘최고수준' 자신

파워트레인은 자동차 기술의 정수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계는 기능적으로나 중요성으로나 ‘심장'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동차의 상품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최근 첨단 편의·안전품목이 강조된다. 아무리 다양한 기능을 담은 차여도 파워트레인 성능이 나쁘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한국 자동차 파워트레인 개발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독일이나 일본,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멀었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황준하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GPS 전무 생각은 달랐다.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자동차의 날 파워트레인 개발 공로를 인정 받아 산업포장을 받은 그의 발언을 ‘공치사'로 넘기긴 어려웠다.

황준하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GPS 전무 / 한국GM
황준하 전무는 1988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대우자동차 재직기간 중 많은 엔진개발과 기술관련 임무들을 수행했다. 황 전무는 한국GM 출범 이후 2006년 엔진개발실장, 2008년 이사직을 거쳐 2010년 상무로 승진, 2014년 한국GM의 전 엔진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책임자로 임명됐다. 이후 2015년 파워트레인 부문 전무를 거쳐 지난해 GMTCK 제2기술연구소장직을 맡았다. 현재 그는 GMTCK 차량구동시스템 부문을 이끌고 있다.

황준하 전무는 한국 임원 최초로 GM 글로벌 총책임자로 발탁됐다. 한국에서 개발한 소형엔진이 그룹 내에서 인정 받은 결과다. 중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에 자체 개발 엔진 공장을 건립하며 GM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엔진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지엠대우 시절 파워트레인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B-DOHC 엔진이다. 국내에선 쉐보레 스파크의 엔진으로 잘 알려져있다. GM 및 GM 합작사에서 연간 최대 350만대 생산실적을 올리며 한국 파워트레인 기술을 증명한 명기다.

국산 파워트레인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황준하 전무는 "친환경 다운사이징 엔진부터 고성능 엔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유럽 업체와 비교해 개발 역사는 짧지만, 수출시장 확대와 많은 연구진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내연기관 및 변속기 개발 경쟁력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GM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동차 그룹이다. 그런데 현재 GM 내에서 파워트레인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은 GM 글로벌테크니컬센터 외엔 GMTCK가 유일하다. GMTCK는 GM의 1.0~1.5리터 소형엔진 개발을 책임진다. 쉐보레 말리부와 캐딜락에 탑재되는 2.0리터 에코텍 터보엔진도 GMTCK에서 담당한다. 전기차 볼트 EV의 드라이브 유닛도 GMTCK가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내연기관·전기모터 공존하는 시대
엔진 개선도 전동화만큼 중요해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린다. 주행 중 배출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차의 ‘종식선언'도 나온다. 전동화(Electrification)은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에게 내려진 숙제다.

황준하 전무는 내연기관차가 어느 순간 갑자기 도로 위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적어도 30년 이상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공존할 것으로 황 전무는 진단했다. 전기차 시장이 궤도에 오르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기차 부품 원가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내연기관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여기에 부품업계가 전동화 산업으로 탈바꿈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도 문제입니다. 많은 분석들을 보면 이런 제약조건들이 해소되는 데 30년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옵니다. 제조사 입장에선 계속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 전동화만큼이나 내연기관의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는 솔루션은 크게 두가지다. 과급기를 이용해 엔진 배기량을 줄이거나(다운사이징), 전기모터를 결합해 기름소비를 줄이도록 접근한다(하이브리드). GM은 다운사이징에 집중한다. 성능과 연료효율을 최적화했다는 의미를 담아 ‘라이트 사이징(Right Sizing)’이란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황준하 GMTCK 전무는 2019년 2월 말리부 미디어 시승회에 직접 기술설명 발표자로 나섰다. / 한국GM
‘라이트 사이징'의 대표적인 예가 쉐보레 말리부에 탑재된 1.35리터 CSS 엔진이다. 중형세단엔 다소 부족해보이는 배기량이지만, 2.0리터 자연흡기 엔진보다 오히려 최고출력을 높혀 화제가 됐다. 올해 출시된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에도 같은 엔진을 채택하며 공격적인 다운사이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SS 엔진의 CSS는 실린더 셋 스트래티지(Cylinder Set Strategy)를 뜻합니다. 하나의 기본 유닛을 개발하고, 여기에 이어 붙여 여러가지 엔진을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GM은 성능과 내구성에 손실 없는 엔진 개발에 투자를 많이 했고, 이제 결실을 맺는 단계입니다."

황 전무는 이어 "신흥시장을 겨냥한 CSS엔진의 핵심기술은 한국에서 개발한다"며 "글로벌 기업의 주력 파워트레인을 한국에서 개발한다는 건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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