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하루천자’ 필사 글감으로 이동주(李東柱, 1920~1979)의 시를 골랐습니다. 이동주는 일제 말기 시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195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한국적인 정서를 섬세한 리듬으로 노래한 ‘한과 멋의 시인’이었습니다.

1950년 《문예(文藝)》지에 추천되어 이동주를 문단에 나오게 한 ‘혼야(婚夜)’를 소개합니다. 뛰어난 언어감각과 짙은 서정성을 결합시킨 유장한 기풍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찬찬히 읽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무기교(無技巧) 상태에서 잉태되는 시’만이 가장 훌륭한 시라고 했던 이동주(왼쪽)는 절제된 언어로 민족의 전통적 정한을 남도 가락에 실어 읊었던 서정시인이었다. 그는 신경쇠약에 걸릴 만큼 ‘현대’라는 용어와 개념에 대해 혐오감을 지니고 있었으며, 물질문명의 삭막한 이 시대에서 인정과 정서와 분위기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신으로 시를 썼다. 그의 시 정신을 기리는 시비(詩碑)가 그의 고향인 전남 해남 대흥사 입구에 세워져 있다. 오른쪽은 1951년 간행된 이동주의 첫 시집 《혼야(婚夜)》.
’무기교(無技巧) 상태에서 잉태되는 시’만이 가장 훌륭한 시라고 했던 이동주(왼쪽)는 절제된 언어로 민족의 전통적 정한을 남도 가락에 실어 읊었던 서정시인이었다. 그는 신경쇠약에 걸릴 만큼 ‘현대’라는 용어와 개념에 대해 혐오감을 지니고 있었으며, 물질문명의 삭막한 이 시대에서 인정과 정서와 분위기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신으로 시를 썼다. 그의 시 정신을 기리는 시비(詩碑)가 그의 고향인 전남 해남 대흥사 입구에 세워져 있다. 오른쪽은 1951년 간행된 이동주의 첫 시집 《혼야(婚夜)》.
혼야(婚夜) / 이동주

금슬(琴瑟)은 구구 비둘기……

열두 병풍(屛風)
첩첩산곡(疊疊山谷)인데
칠보(七寶)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公主)오니까
다소곳 내 앞에 받들었소이다

어른일사 원삼(圓衫)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향낭(香囊)이 애릿해라

황촉(黃燭)을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같은 정화(情話)가 스스로워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의(義)의 장검(長劍)을 찬 왕자(王子)

어느새 늙어 버린 누님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세월(歲月)이 원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신부(新婦)고녀
금슬(琴瑟)은 구구 비둘기


* 낱말 풀이
- 원삼(圓衫) : 비단이나 명주로 지은 부녀 예복의 하나.
- 부전 향낭(香囊) : 향을 넣어서 몸에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노리개로 만든 것.
- 황촉(黃燭) : 밀랍으로 만든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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