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출신 CEO가 자신과 회사의 경험을 살려 전방위적인 개발자 지원 정책을 선보였다. 내친김에 소비자 중심의 생태계를 개발자 중심으로 바꿔놓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팀 스위니 CEO와 에픽게임즈의 이야기다.

디지털 콘택트를 주제로 7월 발행 예정인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401호에 에픽게임즈의 차세대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 5’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실효성있는 친(親)개발자 정책으로 평가받는 강화된 로열티 면제 정책을 풀어본다.

에픽게임즈는 차세대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 5’를 5월 공개했다. 로열티에 관한 대대적인 완화라는 소식도 덧붙였다. 인디 게임사는 사실상 무료로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에픽게임즈의 친개발자적인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들은 언리얼 엔진 4 발표와 함께 특정 매출까지 로열티를 받지 않는 파격적인 ‘로열티 면제 정책’을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한 강화된 로열티 면제 정책은 프로젝트당 1백만불(약 12억원) 매출까지 어떤 로열티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엇보다 기업이 아닌 프로젝트 기준이기 때문에 로열티에 대한 개발사 부담이 크게 줄었다.

에픽게임즈는 게임 개발 초기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친(親)개발자 지원 정책을 선보였다. /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게임 개발 초기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친(親)개발자 지원 정책을 선보였다. / 에픽게임즈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로열티 면제 정책에 대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개발사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가격을 청구하는 소프트웨어 벤더의 개념이 아니다"며 "프로젝트 결과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잘 되는 경우에만 일부 매출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으로 지원 사각지대에 놓였던 중소 게임사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 언리얼 엔진의 로열티 정책은 대기업에는 편안한 R(연구개발) 환경을 제공하면서, 인디 게임사에는 부담 없는 도전을 장려했다. 하지만 기존 정책은 오히려 제법 규모 있는 중소게임사는 에픽게임즈의 지원 정책을 체감하긴 어려웠다. 이번 로열티 기준 완화로 중소게임사도 부담 없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픽게임즈, 개발자 중심 ‘공정한 생태계’ 조성이 목표

에픽게임즈가 경쟁사와는 달리 개발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 배경에는 에픽게임즈 CEO인 팀 스위니 영향이 크다. 개발자 출신인 그는 개발자와 개발사를 지원하고, 그들이 돈을 벌면 결국 좋은 게임과 제품이 돌아오는 ‘공정한 개발 생태계’가 조성된다고 말했다.

박성철 대표는 에픽게임즈의 개발자를 위한 친화적인 정책과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원동력은 포트나이트 성공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성공 원동력에 대해 그는 "포트나이트 성공 전부터, 개발자를 생각하는 CEO의 철학을 더 중요한 비전이라고 여겼다"고 강조했다.


팀 스위니 CEO는 개발자 출신으로, 개발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CEO는 개발자 출신으로, 개발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 스토어 수수료에서도 이런 부분은 다분히 드러난다. 기존 온라인 게임 스토어 수수료는 가격의 30% 수준이다. 하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수수료를 가격의 12%로 크게 낮췄다. 특히 곧 지원될 ‘외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개발사는 별도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에픽게임즈가 받는 수수료가 0%이고, 개발사가 게임 가격 전부를 받게 된다.

이처럼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근거는 에픽게임즈가 게임을 판매하던 ‘당사자’였던 경험 덕이다. 게임도 판매하고 스토어도 운영해보니 기존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것이 에픽게임즈 판단이다. 박성철 대표는 "에픽게임즈가 스토어 운영과 관련해 비용 구조를 파악해보니, 기존 30% 수수료는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개발을 위한 마중물도 있다. 에픽게임즈는 ‘에픽 메가그랜트’를 통해 개발자, 크리에이터, 더 나아가 학생까지 1억달러(1194억원쯤) 규모로 지원한다. 작품당 최대 50만달러를 지원한다. 많은 업체가 지원을 통해 작품의 권리에 숟가락 얹히는 것과는 다르다. 개발자는 IP(지적재산권)를 갖고, 자유롭게 퍼블리싱할 수 있다.

특히 개발 초기 ‘에픽 메가그랜트’는 금전적인 도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발사 규모가 작을수록 에픽게임즈의 지원 자체는 프로젝트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다른 투자를 받을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메가그랜트는 에픽게임즈가 프로젝트의 퀄리티가 뛰어남을 인증하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에픽게임즈 개발자 지원 정책은 게임 개발부터 게임이 확장하는 과정, 그리고 게임 판매까지 다양한 단계로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다. 박성철 대표는 "개발자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발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생태계 환경에 관한 고민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개발 생태계가 만들어졌을 때, 소비자도 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며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생태계의 선순환이다"라고 덧붙였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