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의회 통해 삼성 처음 영국 진출 ‘기대감’
수시간 후 터진 뉴스 "현지 이통사, 대체 불가 입장"
업계 "이미 알고 진행한 정치적 쇼잉 가능성"

9일(현지시각) 날아든 두건의 영국 화웨이 5G 장비 배제 관련 뉴스가 논란이다. 굴지의 글로벌 매체를 통해 연이어 터진 뉴스로, 정황상 완전히 상황이 뒤바껴 혼란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들 이슈는 우리나라에서도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다.

뉴스가 나온 장소는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 청문회장이다.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 영상 청문회에 참여 중인 이통사,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들 / 영국 의회 영상 갈무리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 영상 청문회에 참여 중인 이통사,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들 / 영국 의회 영상 갈무리
먼저 터진 뉴스는 삼성전자의 화웨이 5G장비 대체 이슈였다. 의회에서 삼성측에 ‘5G 통신망 장비 제공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삼성측에서는 ‘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언론 보도가 있자, 기대감부터 낳았다.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고 대신 삼성 장비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삼성은 아직 유럽 5G 장비 시장을 뚫지 못했다. 화웨이 대안으로 처음 영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생긴 셈이다. 동시에 영국 의회가 삼성이 5G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지 의아함도 가졌다.

반전은 수시간 후 터졌다. 사실상 ‘화웨이 장비 배제가 불가능하다’는 업계 반응이 나온 것. 영국 1위 이동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이 화웨이 장비 교체에 ‘최소 5년에서 길게는 7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한 것. 여기에 또다른 통신사인 보다폰은 ‘수십억 파운드(10억파운드 약 1조5150억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화웨이 5G 네트워크 수주 기대감을 짓밟는 답변이 나온 것. 아무리 영국 의회가 막강하다고 해도 5~7년이 소요되고 비용도 수조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감행할 리가 없어서다.

국내 이동통신 및 장비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청문회라는 요식행위가 언론에 나온 것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한 ‘쇼잉(보여주기)’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미 연초부터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단계적 축소를 밝혀왔고 이에 대한 업계 반응을 의회도 알고 있었지만 영국도 화웨이 장비 배제를 위해 노력한다는 액션이라는 것.

외국계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영국 이통업계는 연초 정부의 화웨이 장비 축소 입장에 대해 막대한 비용 부담을 설명해 왔다"고 전했다. 의회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청문회에서 재차 확인한 것이 외부에 알려졌다는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사 관계자도 "보도 내용 자체만 보면 상식적인 부분이 많다"며 "내용 자체로는 특별한 것이 없어 정치적 액션이 아닌가 생각든다"고 말했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