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117) 김약국의 딸들 ①… 통영 간창골 김씨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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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13 04:00
‘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수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번 주 필사감으로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박경리(朴景利, 1926~2008)의 대표 장편소설 중 하나인 《김약국의 딸들》(1962, 을유문화사)을 골랐습니다. 어린 시절 작가 자신이 살던 마을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생생하게 되살려, 한 집안이 어떻게 몰락해가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비극의 장엄한 교향곡’입니다. 발표 당시에도 큰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30년 뒤 재출간되었을 때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박경리(왼쪽)는 1926년 경상남도 통영군 통영읍(현 통영시)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46년 결혼하고, 1950년 서울가정보육사범학교 가정과(현 세종대학교)를 졸업하고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에 근무하였다. 남편 김행도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좌익으로 몰려 서대문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았다. 1955년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이 《현대문학》에 발표되면서 작가로서의 본격적인 삶을 시작했다. 25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土地)》로 ‘국민 작가’ 반열에 올랐다. 외동딸 김영주(오른쪽)는 1973년 시인 김지하와 결혼하였으며 박경리 사후 강원도 원주시의 토지문화관 관장직을 맡다가 2019년에 사망했다.
김약국의 딸들 ① (글자수 867, 공백 제외 664)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닷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현해탄의 거센 파도가 우회하므로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사면이 바다이다. 벼랑가에 얼마쯤 포전(浦田)이 있고 언덕배기에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는 빈약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연 어업에, 혹은 어업과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중략)

이 고을에 김봉제(金奉濟)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인 봉제는 조상 때부터 살던 간창골 묵은 기와집에 있었고, 동생인 봉룡(奉龍)도 간창골에 살고 있었지만 형네 집과 뚝 떨어진 안뒤산 기슭의 청기와집에 살고 있었다. 그 집은 부모 생존시부터 봉룡의 몫으로 신축한 것으로 형네 집보다 산뜻하고 운치 있는 집이었다.

봉제는 마흔에 가까운 장년으로 관 약국(官藥局)의 의원이었다. 비록, 현재의 신분은 중인으로서 하급관리에 지나지 못하였으나, 왕시의 그의 조상은 이 지방의 호족이었고 가산도 유족하여 하급 국록(國祿)을 먹지 않아도 좋았다. 그러나 그는 일개 의생(醫生)으로서 별다른 야망 없이 세월을 조용히 보내고 있었다.

동생 봉룡은 스물세 살, 형과는 부자지간처럼 연령의 차이가 있다. 그들 사이에 봉희라는 누이가 한 사람 있지만, 다른 형제들은 모두 요절하였다. 봉룡은 점잖은 선비 같은 성품의 형과는 달리, 몸이 건강하고 눈에는 광기가 번득이는 혈기왕성한 젊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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