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120) 김약국의 딸들 ③… 성수 영감네 다섯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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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16 04:00
‘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수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번 주 필사감으로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박경리(朴景利, 1926~2008)의 대표 장편소설 중 하나인 《김약국의 딸들》(1962, 을유문화사)을 골랐습니다. 어린 시절 작가 자신이 살던 마을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생생하게 되살려, 한 집안이 어떻게 몰락해가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비극의 장엄한 교향곡’입니다. 발표 당시에도 큰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30년 뒤 재출간되었을 때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김약국의 딸들》은 2005년 6개월여 동안 MBC에서 아침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이정길, 정영숙, 엄수정, 임지은, 오승은, 류현경, 이진우 등이 출연했다.
김약국의 딸들 ③ (글자수 792, 공백 제외 594)

김약국은—십 년 전부터 약국을 그만두고 어장을 경영하고 있었으나 이 고장 사람들은 여전히 성수 영감을 김약국이라 불렀다—송씨가 죽고 난 뒤 도깨비 집을 중수하여 그곳으로 옮겨 갔다. 그에게는 딸 다섯 형제가 있었다. 첫아들을 잃은 후 한실댁은 연달아 딸만 낳은 것이다.

큰딸 용숙(容淑)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容斌)이, 셋째가 용란(容蘭)이다. 그는 열아홉이며, 그 다음은 용옥(容玉)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容惠)다. 고모할머니 봉희가 살아 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돌아간 날을 몰라 칠월 백중에 제사를 모실 때도 고모할머니는 용혜를 보고 언짢게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김약국은 용혜를 두고 연순을 연상하였다.

(중략)

그러나 한실댁은 그 많은 딸들을 하늘만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딸을 기를 때 큰딸 용숙은 샘이 많고 만사가 칠칠하여 대갓집 맏며느리가 될 거라고 했다. 둘째 딸 용빈은 영민하고 훤칠하여 뉘 집 아들자식과 바꿀까 보냐 싶었다. 셋째 딸 용란은 옷고름 한 짝 달아 입지 못하는 말괄량이지만 달나라 항아같이 어여쁘니 으레 남들이 다 시중 들 것이요, 남편 사랑을 독차지하리라 생각하였다.

넷째 딸 용옥은 딸 중에서 제일 인물이 떨어지지만 손끝이 야물고, 말이 적고 심정이 고와서 없는 살림이라도 알뜰히 꾸며나갈 것이니 걱정 없다고 했다. 막내둥이 용혜는 어리광꾼이요, 엄마 옆이 아니면 잠을 못 잔다. 그러나 연한 배같이 상냥하고 귀염성스러워 어느 집 막내며느리가 되어 호강을 할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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