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꺼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를 착용해 관심을 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약 석 달 만에 재개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코로나19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라며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마스크를 착용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주간 미 남서부 선벨트 지역에서 코로나 감염이 급증한 것을 언급하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그는 "당신이 마스크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 스스로도 마스크를 쓰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스크를 들고 다니면서 기꺼이 착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진단율은 자화자찬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5000만 건에 가까운 진단으로 세계를 이끌고 있다"며 "어떤 대통령도, 어떤 정권도 이렇게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정부 노력이 지속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라며 "미국 정부는 앞으로 몇달 동안 코로나 치료법과 백신을 개발하는 등 전략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브리핑 재개는 11월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크게 밀리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퀴니피악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7%와 52%로 15%포인트 격차를 보인다. 백악관 일부 참모는 최근 백악관 브리핑을 재개해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당초 보고된 숫자의 최대 13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올해 봄부터 6월 초까지 뉴욕과 유타, 워싱턴, 플로리다주 등 10개 주·도시를 대상으로 병원 방문자 1만6000명의 혈액 샘플을 수집해 항체 검사를 한 결과, 실제 감염자는 보고된 수치의 2~1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