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30년 1850조 규모에 달할 글로벌 VR·AR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규제 타파에 나선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산업 활성화를 우선 추진하고, 2050년까지 150개의 전문 기업 양성에 나선다. VR·AR 분야에 이어 로봇과 AI 분야 규제 혁신도 추진한다. AR 기반 안경 형태 스마트 디바이스가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대체하도록 돕는 규제 해소도 힘쓴다.

정세균 국무총리 / 총리실
정세균 국무총리 / 총리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서울 상암동 한국VR‧AR콤플렉스에서 ‘비대면 시대 가상·증강현실(VR·AR) 산업과 규제혁신’을 주제로 제1차 규제혁신 현장 대화를 주재했다.

총리, 규제혁신 10대 아젠다 발표 후 첫 현장 대화 주재

정 총리는 6월 규제혁신 10대 아젠다(원격교육, 바이오헬스, 가상현실, 로봇, 인공지능, 미래차, 리쇼어링 지원, 공유경제, 규제자유특구, 스마트도시)를 발표하며 현장 소통과 수요자 중심의 규제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3일 행사는 이후 처음 개최된 규제혁신 현장 대화의 장이다.

현장대화에는 가상현실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로 화제가 된 이현석 비브스튜디오스 감독과 가상현실 전문가인 이정준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가 나와 각각 VR·AR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발제했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VR·AR 분야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진행한 대화의 장에는 김훈배 VR·AR산업협회장(KT 본부장), 하태진 버넥트 대표, 김재혁 레티널 대표, 백우성 메이 대표,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임세라 마블러스 대표, 강준모 KISDI 부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현장대화 행사는 논의 주제(가상·증강현실)를 감안해 최근 비대면 회의 수단으로 새롭게 주목 받는 VR 회의로 진행했다. 정부 회의가 VR 기반으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총리는 직접 VR 기기를 머리에 착용한 후 VR 공간으로 들어가 각자 사무실에서 참석한 업계 대표 2명(전우열 벤타브이알 대표, 유미란 비빔블 대표)과 환담을 나눴다. 정 총리는 "VR·AR과 같은 신산업 분야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바꾸고 사후 규제를 원칙으로 하겠다"며 "낡은 규제는 사전에 완화하고, 불명확한 부분은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투자, 자금지원, 인력양성 등에 대해서는 "VR·AR 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부처와 협력해 실감형콘텐츠 규제 혁신 나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10년 후인 2030년 VR·AR 글로벌 시장 규모는 185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기존 규제 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기술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적시 출현을 저해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 8월부터 16개 관계부처는 물론 산·학·연 전문가와 협력 중이다. VR·AR 기술발전과 분야별 서비스 적용·확산 시나리오를 예측한 후, 산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선제적으로 규제를 정비하는 규제혁신 로드맵(총 35개 과제)을 마련했다.

VR·AR 분야는 ▲위치·공간 등 데이터 활용 ▲원격업무 제한 ▲콘텐츠 심의 ▲시설규제 ▲기술기준 부재 등 다양한 규제가 복합 작용 중이다. 산업발전 초기 단계인 만큼 기존 규제와 산업특성이 맞지 않는 과도기적 규제나 적용할 제도가 불명확하다.

VR‧AR 분야 규제혁신 대표 과제를 나타내는 이미지 / 과기정통부
VR‧AR 분야 규제혁신 대표 과제를 나타내는 이미지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규제체계를 정비·신설하거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집중 추진한다.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해 규제개선 효과가 극대화한다.

규제혁신 로드맵에는 총 35개 개선과제가 있고, 해당 과제는 범분야 공통적용 규제(10건)와 6대 분야별 과제(25건)로 구성된다. 항목별로는 ▲엔터·문화 5건 ▲교육 5건 ▲제조 등 산업 일반 5건 ▲교통 2건 ▲의료 4건 ▲공공 4건 등이 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VR‧AR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이 디지털 뉴딜을 뒷받침하고, 실감콘텐츠 등 관련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까지 실감콘텐츠 전문기업 150개 곳을 육성(2018년 14개)한다. 시장규모는 14조3000억원(2018년 8590억원)로 만든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 수요가 큰다. VR·AR 기술은 안정적인 사회 기반 유지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과기정통부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과기정통부
현행 VR·AR 기술을 차량용 내비게이션 등 새로운 디바이스에 도입하는 규제 혁신도 추진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영상표시장치는 장착형이나 거치형만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을 착용한 채 서비스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과기정통부는 운전하면서도 스마트 글래스 등을 통해 정보를 다 볼 수 있는 만큼, 착용형도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나간다. 대신 광고 팝업 등 불필요한 정보의 노출은 운전상 안전을 고려해 불가하게 만든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로드맵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기술발전 양상과 환경변화를 고려해 로드맵을 주기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며 "한국판 뉴딜 관련 로드맵 수립을 지속 추진하여 올해 안으로 로봇,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규제혁신 로드맵도 수립·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