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 “VR 기반 언택트 교육·의료시장 잡겠다”

입력 2020.08.04 06:00

박정호 KT 커스터머신사업본부 IM사업담당 상무

KT가 자체 가상현실(VR) 플랫폼 ‘슈퍼VR’을 앞세워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공략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자, 다소 주춤했던 ‘슈퍼VR’ 서비스 사업이 활기를 띤다. 쓰임새도 다양해졌다.

박정호 KT 커스터머신사업본부 IM사업담당 상무
박정호 KT 커스터머신사업본부 IM사업담당 상무는 31일 KT광화문 이스트 사옥에서 IT조선과 만나 ‘슈퍼VR’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상무는 "B2B 영역에서 VR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크다"며 "올 초부터 교육, 부동산, 의료 등 장르별로 특화된 영역에 접근하고 있으며, 하반기 역시 B2B 시장 창출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성과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교육과 헬스케어 콘텐츠를 결합한 리얼큐브는 벌써 30개가 넘는 계약을 맺고 구축을 진행 중이다. 주된 타깃은 유치원, 학교, 병원 등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외부활동에 제약이 있고, 코로나19로 병원과 학교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다 보니 수요가 는다.

박 상무는 "기존에는 3000~4000만원을 들여야 설치할 수 있었던 가상 스포츠 교실 단가를 올 초 1000만원대까지 낮췄다"며 "현재 한국스포츠과학원과, 삼성서울병원과 제휴를 맺어 ‘리얼큐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이용률

비대면 문화로 VR 콘텐츠 이용률도 크게 늘었다. VR 콘텐츠 인당 평균 이용 시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박 상무는 "여행 관련 콘텐츠가 3월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며, 현재도 비슷한 이용 추세다"며 "헬스장 이용을 꺼리는 상황에서 홈트레이닝 콘텐츠 이용률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KT에 따르면 슈퍼VR 와치 탑 20위 중 4분의1이 여행 관련물이다. 젠요가 홈트레이닝 콘텐츠도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박 상무는 VR 소셜 미팅 플랫폼 ‘인게이지'를 코로나19 이후 좋은 반응을 얻는 서비스 중 하나로 꼽았다. 어학연수, MOU 체결, 온라인 수업, 회의, 온라인 콘퍼런스 등 활용처도 다양하다.

슈퍼VR의 가상형 원격모임 플랫폼 ‘인게이지’ / KT
박 상무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을 원격에서 만나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보다 현실감 있고 몰입감 높은 콘텐츠가 뜰 수밖에 없다"며 "올 초 출시한 VR 소셜 플랫폼은 가상의 공간에서 회의도 하고, 채팅도 할 수 있어 활용처가 굉장히 다양하며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으로 얼굴이 화면에 나온는 것을 꺼리는 이용자들도 아바타를 활용해 대화할 수 있으므로 호응이 좋다"며 "특히 영어회화 수업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넥스트미디어는 실감콘텐츠…아쉬운 것은 ‘단말’

박 상무는 케이블TV, IPTV를 이을 넥스트 미디어로 VR을 지목했다. 그는 "최근 업계에서도 넥스트 미디어가 뭐가 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얘기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실감 콘텐츠가 넥스트 미디어 사업이 되리라 전망해 미리 플랫폼을 만들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쟁사와의 차별점도 오픈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상무는 "타사와는 전략적 방향이 다르다"며 "경쟁사의 실감콘텐츠 서비스는 5G시대 트래픽 발생에 집중하는 구조로 접근했다면, KT는 LTE에서도 이용할 수 있으며 플랫폼을 만들고 개방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VR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산단말'과 ‘체험기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상무는 "솔직히 기대보다는 VR쪽 시장이 드라마틱한 성장을 한 것은 아니다"며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실제로 VR기기를 경험할 기회가 적고 외산 위주 단말밖에 없는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 체험 기회를 늘리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다 롯데렌털과 협업해 단기 렌털을 시범 운영해봤는데, 한 번도 단말을 놀리는 경우가 없었다"며 "최근 단기에서 장기 렌털 형태로 전환한 뒤, 대대적으로 홍보를 안 했는데도 이용 숫자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급형 국산 VR기기도 절실하다. 박 상무는 "가성비 좋은 단말이 나온다면 VR 사업은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며 "VR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들의 역량은 이제 어느 정도 올라온 수준이지만 단말은 여전히 외산 제품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단편적인 VR 콘텐츠 개발에만 의미부여를 하기보다는, 콘텐츠-플랫폼-단말을 연계한 전체 생태계를 바라보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용 요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박 상무는 "대표님이 고객 요구사항을 강조하신 만큼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 중이다"며 "아무리 비싸도 쓸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용자는 구매하기 때문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강화해 허들을 줄이는 작업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서비스 체험을 해본 뒤에 만족하며 구매한다는 매장의 피드백을 받을 때가 ‘내가 의미 없는 상품이 아니라, 필요한 상품을 만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KT는 9월 안구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헬스케어 콘텐츠를 선보인다. 박 상무는 "안압 등 여러 검사를 하고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며 "교육과 의료 시장에 집중해서 계속해서 B2B 사례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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