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가 일상화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재조명받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업계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서울 VR·AR 엑스포 2020’이 막을 올렸다. 올해 행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감안해서인지 여느 VR·AR 관련 전시행사와 달리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열렸다. 근래 들어 VR·AR 관련 산업이 기술 및 하드웨어 부문보다 이를 활용하는 콘텐츠 부문의 비중이 커졌고, 그로 인해 체험형 콘텐츠 중심인 ‘VR·AR 체험 쇼’처럼 꾸며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서울 VR·AR 엑스포 2020 행사가 서울 코엑스에서 13일 막을 올렸다. / 최용석 기자
서울 VR·AR 엑스포 2020 행사가 서울 코엑스에서 13일 막을 올렸다. / 최용석 기자
특히 기존 VR·AR 전시회마다 전체 전시관의 70%~80% 이상을 차지하던 체감형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실외 및 야외 활동이 줄어들자, 기존 VR·AR 콘텐츠의 주력 시장이었던 VR·AR 체험존 및 체험형 테마파크 등의 관련 산업도 덩달아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체험형 VR 콘텐츠의 수는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 최용석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체험형 VR 콘텐츠의 수는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 최용석 기자
체험형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의 빈자리는 언택트 시대 VR·AR 기술의 활용처로 주목받는 원격 업무 및 원격 교육 플랫폼이 자리를 메웠다. 가상 스튜디오 솔루션을 비롯해 360도 콘텐츠 제작 및 실시간 스트리밍을 위한 카메라와 관련 장비, AR 활용 교육 솔루션, AR 기반 산업용 교육 및 훈련 솔루션, 집에서도 혼자 쉽게 즐길 수 있는 VR·AR 콘텐츠 및 서비스 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VR 기술보다 접근성이 좋고 응용 분야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AR 글래스 하드웨어 및 관련 솔루션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고가의 VR 헤드셋이 없어도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형태의 가상 솔루션도 자주 보였다.

토종 AR 글래스 개발사 페네시아 부스에서 참관객이 AR 글래스를 체험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토종 AR 글래스 개발사 페네시아 부스에서 참관객이 AR 글래스를 체험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다만,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참관객이 직접 콘텐츠 및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부스는 크게 줄었다.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부스도 매우 제한적인 체험만 가능했다.

대다수 VR·AR 관련 장비가 몸에 직접 걸치는 형태로 바이러스 전파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보니, 체험 부스를 마련한 참가사들은 매번 체험마다 사용한 제품을 다시 꼼꼼히 소독하는 등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주최 측도 일반 손 소독제 뿐 아니라 참관객 개개인이 쓸 수 있는 일회용 비닐장갑과 HMD 장착용 얼굴 가리개 등을 비치해놓는 등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헤드셋 없이 즐기는 비접촉식 VR 콘텐츠의 수도 크게 늘었다. / 최용석 기자
헤드셋 없이 즐기는 비접촉식 VR 콘텐츠의 수도 크게 늘었다. / 최용석 기자
전시장 중앙에는 참여업체가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제품과 기술, 솔루션을 공개된 장소에서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참여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와 온라인으로 만나 수출 상담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온라인 수출 상담회’ 공간도 제공했다.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2곳의 세미나장에서는 13일과 14일 양일간 ‘언택트 테크 콘퍼런스’가 열린다. 테크 콘퍼런스에서는 업계 전문가들이 강연을 통해 글로벌 VR·AR 시장을 돌아보고, 향후 발전 방향을 전망한다. 최신 기술 및 업계 동향 등에 대한 인사이트도 전달한다.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온라인 수출 상담회장 모습 / 최용석 기자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온라인 수출 상담회장 모습 / 최용석 기자
이번 전시 행사에는 VR·AR 기술과는 별개로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된 분야별 솔루션과 장비, 서비스 등을 선보이는 ‘언택트 테크쇼’ 특별전이 함께 열렸다. 특별전에서는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업무 지속 및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한 각종 ‘언택트 특화’ 솔루션과 기술들이 대거 전시되어 참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사람 간 대면 및 접촉이 필요 없는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 별도의 관리자 없이 출입자 확인과 발열 체크가 가능한 화상인식 방식의 출입관리 솔루션, 온라인 수업의 진행 및 교육 콘텐츠 제작 플랫폼, 가상 스튜디오 및 방송 시스템, 다자간 화상회의 및 미팅 시스템, 무인 음료 제조 및 서빙 로봇 등이 선보였다.

함께 열린 ‘언택트 테크쇼’에서는 온라인 수업용 가상 스튜디오 등 언택트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 및 기술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 최용석 기자
함께 열린 ‘언택트 테크쇼’에서는 온라인 수업용 가상 스튜디오 등 언택트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 및 기술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 최용석 기자
한편, ‘VR·AR, 언택트로 일상을 컨택트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코엑스 C홀 전시장에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열린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