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신사동 파이랩 본사에서 진행된 IT조선과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를 주목한다"며 "파이랩은 예치 이자, 담보 대출, 결제, 옵션, 자산운용 등 세계 유망 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를 카카오 플랫폼처럼 한데 모아 넓은 의미의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위에서는 생각치도 못한 금융 생태계가 돌아간다"파이랩은 2017년 블록체인 네트워크 단점인 느린 속도와 높은 비용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를 위해 제각각의 생태계를 지닌 블록체인 프로토콜과 디앱(
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미들웨어 플랫폼 ‘바이프로스트’를 개발했다.
이듬해인 2018년 파이랩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 식품 관리 개념증명(
PoC) 프로젝트를 진행해 자체 기술력을 입증했다. 2019년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바이프로스트의 잠재력을 보고 시드 투자금으로 40억원을 투척했다. 당시 한투는 파이랩의 바이프로스트가 제 2의 카카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외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시장은 침체기가 됐다. 바이프로스트 플랫폼에 올라갈 킬러 디앱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파이랩이 탈중앙화 금융으로 눈을 돌리면서 바이프로스트 위에서 돌아가는 관련 서비스 ‘바이파이(
BiFi)’를 만든 이유다.
탈중앙화 금융은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이 배제되고 블록체인으로 작동되는 금융을 일컫는다. 기존 금융 시장에서 문제점으로 꼽히는 투명성 부족과 회계책임, 커스터디 리스크 등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한다.
이 시장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걸고 일정 금액을 대출받거나 다른 담보를 제공하고 가상자산을 대출받는 형식으로 조성된다. 박도현 대표는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가 향후에는 단순 담보대출을 넘어 에이브사의 플래시론 서비스처럼 상상도 하지 못한 서비스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는 상상치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며 "가상자산을 활용한 예치이자와 담보대출, 옵션, 자산운용, 플래시론, 부동산, 미술품 등 다양한 자산을 보다 투명하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세상이 열린다"고 말했다.
바이파이 내년 출시 예정 "예치이자, 담보대출 서비스 출격"현재 바이파이 개발은 거의 마무리됐다. 연말까지 소수의 기업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 금융 상품인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친 뒤 내년 상반기쯤 정식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사용자는 초기 바이파이 서비스에서 가상자산 예치이자와 담보대출 서비스를 맛볼 수 있다.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이율은 각 가상자산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가 많을수록 이자율이 높아지는 식이다.
예치한 가상자산을 활용해 다른 유형의 가상자산을 대출받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사용자가 1억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예치한 뒤 7000만원어치의 이더리움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한도는 가상자산의 변동성때문에 예치금보다 적게 제공된다.
박 대표는 "가상자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담보비율을 충족하는 선에서 대출을 제공한다"며 "예치한 자산의 가치가 담보비율 밑으로 내려가면 대출받은 가상자산을 상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산된다"고 말했다.
"탈중앙화 금융계의 카카오로 거듭나겠다"박 대표는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한데 모은 플랫폼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크립토 펀드, 크립토 보험, 크립토 자산운용, 크립토 옵션 등 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가 제각각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프로젝트를 카카오처럼 한데 모아 연결지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가 가상자산을 바이파이에 예치하면 여기 속한 서비스를 통해 펀드를 사고, 옵션으로 베팅을 하는 등 탈중앙화 금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박도현 대표에게 향후 비전을 물었다. 박 대표는 "바이파이는 모든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품을 수 있는 탈중앙화 금융계의 카카오가 되려고 한다"며 "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에 게임과 뱅킹, 블록체인 등이 붙었다. 바이파이도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취급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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