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19년 기준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 등) 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다. D램 분야에서는 2분기 기준 43.5%의 점유율을 차지해 2위 SK하이닉스(30.1%), 3위 마이크론(21%) 대비 두자리수 포인트 이상 격차를 유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현재를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월 19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며 임직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잘하는 분야만 ‘초격차’를 유지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30년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미래 주력사업으로 제시한 시스템반도체에서 큰 격차로 앞서있는 대만 TSMC를 뛰어넘을 방안은 결국 투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 4월에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EUV 초미세 전공정뿐 아니라 후공정에서도 첨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고객 의뢰를 받으면 즉시 제품을 개발·양산할 수 있는 채비도 마쳐 TSMC와 파운드리 경합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5월 메모리반도체 라인이 있는 평택2공장(P2)에 10조원을 들여 극자외선(EUV) 기반의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9월경 P3 착공에도 돌입한다. P3는 메모리·시스템 혼용으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반도체 관점에서 파운드리 점유율을 높이려면 추가 라인 확보는 필수다. 같은 라인에서 여러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고객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형태와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시스템반도체를 주력으로 삼을 삼성전자가 P3를 메모리·시스템 혼용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8.8%다. 1위 대만 TSMC(51.5%)보다 32.7%포인트 낮지만, 1분기(38.2%포인트) 대비 격차가 줄었다.
삼성전자의 텃밭인 D램은 가격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 현물가격은 고점 대비 30% 빠졌다. 기업 간 계약 가격인 고정거래가격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탓이다. D램 가격 회복은 2021년 1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로 성과를 냈지만 향후 시스템반도체에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