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애호가는 365일 언제나 최대한 좋은 음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 간절한 마음을 거스르는, 아주 뻔뻔한 물리현상이 하나 있다.

‘공기 중 노출된 채 전기를 통하는 금속은 그 재질에 상관없이, 심지어 보호 피막이 있건 말건 언젠가는 마모되고 부식되고 살짝 망실되기도 한다. 설계 범위를 벗어난 상태가 되면 결국 신호 흐름을 나쁘게 만든다. 흐름이 나쁘면 좋은 소리는 없다.’

예를 들어 소스(Source) 기기로서의 튜너와 일반 인티앰프(Integrated Amplifier: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하나로 합쳐놓은 앰프), 그리고 스피커를 머릿속에 그려보자. ‘오디오 신호’라고 불리는 전기적 맥동이 어떻게 흐를지를 상상해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이 경로에서 금속과 금속이 만나는 곳이 무려 13개나 된다. (실제로는 더 많다)

극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이 13개 금속 면들을 전기적으로 완벽하게 밀착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오디오 신호라는 게 늘 단일한 경로를 통해 한쪽으로 흐른다. 그러므로 어디에서인가 작은 접촉 불량이라도 생기면 기대와 전혀 다른 음을 듣게 된다.

기기가 동작하는데 소리가 이상하니까, 또는 기대와 다르니까 자꾸 기기를 통째로 바꾼다. 바꾸고, 또 바꾸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초고가 케이블을 사서 붙이기도 한다. 상태 개선의 여지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이렇게 헛돈을 쓴다.

기기를 바꾼다고 뭐가 많이 달라질까? 기가 단자와 접속재의 단자, 내부 스위치의 접점들 즉, 금속 대 금속의 만남과 뻔뻔한 물리현상이 만들어 낸 문제를 다짜고짜 기기 교체, 케이블이나 선재 교체로 해결하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답은 오히려 매우 간단한 곳에 있다.

전문가 점검을 받으면 최선이겠다. 혹시 DIY(do it yourself: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사 조립하거나 만든다는 뜻) 의향이 있다면 스스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단 몇천 원짜리 방청 윤활유 스프레이나 1~2만 원 정도 하는 전문 스프레이 하나만 있으면 된다.

천이나 휴지에 약간 묻힌 다음, 주기적으로 외부 접속 단자들, 특히 스피커 단자들을 잘 닦아주자.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기기 뚜껑을 열어보자. 내부 스위치 틈새나 금속과 금속 연결 부에 아주 조금 분사해주면 좋다.


1년에 한두 번쯤으로도 충분하다. 아주 간단한 관리다. 어떤 스프레이를 살지, 어디에 어떻게 뿌려야 할지, 어디는 절대 뿌리지 말아야 할지와 같은 정보는 인터넷에 널렸다.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사소한 것부터 살펴 발 빠르게 조치하면 된다.

금속과 금속이 만나는 곳의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 늘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오디오 이용자는 이를 늘 염두에 두고 그 상태가 시간이 흘러도 덜 나빠지도록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평생 싸워야 하는 ‘숙적’과 같은 존재다. 마치 건축물이 허무러질 때까지 싸워야 하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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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수 칼럼니스트는 IT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한다.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빈티지 오디오 콘텐츠 사이트, 오디오퍼브에 다양한 오디오 관련 글들을 기고한다. 출간 저서로는 <내차 요모조모 돌보기>가 있다. audiopub@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