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는 드물게 시총 1조원대(8월 28일 기준)를 돌파한 기업이 나왔다. 원격 근무 SW 전문 기업 알서포트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구매해 공급하는 것과 같이 비대면 근무환경 전환을 위해 원격 근무 SW를 널리 배포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알서포트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상반기에만 4500여개 기관 및 기업에 원격 근무 SW를 무상 배포했다. SW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는 서 대표를 만나 알서포트 성장비결과 일본 시장 공략 배경, 원격근무 솔루션 활용 방안 등에 관해 들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 김동진 기자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 김동진 기자
프로그래머 경험이 창업 계기…SW 가치 인정해주는 일본 시장 공략 ‘다짐’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백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백신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일하던 그는 지인들에게 컴퓨터 바이러스를 고쳐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발품을 들여 직접 지인의 집을 방문하지 않고 문제에 빠르게 대응할 방법을 고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원격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테스트에 주위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한다.

이 경험은 서 대표가 원격제어 솔루션 기업을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서 대표는 창업 전 시장 조사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여러 기업의 요구사항을 들어보니 일본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 인식이 달랐다고 한다.

서 대표는 "한국 기업은 대부분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그 가격에 솔루션을 모두 맞춰달라고 한다. 반면, 일본은 먼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라고 했다"며 "‘일본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우리 기술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원격제어' 한 우물만 판 것이 성장 비결…오랜 기간 ‘신뢰’ 바탕으로 일본 시장 공략

알서포트는 2010년 설립 당시부터 ‘원격제어’라는 한 분야에만 몰두했다. 서 대표에게 회사 성장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 우물만 판 ‘우직함’이라고 답했다.

서형수 대표는 "알서포트는 ‘세계적인 기술 기업’을 목표로 원격제어 기술에만 매진했다"며 "사업 초기부터 국내 시장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꾸준히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 시장을 선점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알서포트의 2분기 매출 약 180억 중에서 120억원 가량은 수출 실적이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새로운 기술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 시장을 공략한 비결을 묻자 서 대표는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기술’을 꼽았다.

서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기술’과 ‘신뢰’를 갖추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일본 시장은 최고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기술력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년전부터 일본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됐다. 최고의 기술 기업이라 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일본 기업들은 구매하지 않는다"며 "중국 기업들의 경우 기술력은 세계 수준으로 향상됐지만,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알서포트는 일본 시장에서 고객사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본사 연구원을 현지로 보내 문제를 해결하는 등 공급 이후에도 유지·보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회 공헌을 위한 ‘무상 공급’ 덕에 알서포트 널리 알려져

알서포트는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던 1월, 전국 초중고와 기업을 대상으로 비대면 원격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바 있다. 상반기에만 화상회의 원격제어 솔루션을 4500여개 기업과 기관에 무상 제공했다.

서형수 대표는 "당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일선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짧은 기간에 준비해야 했고 기업은 재택근무로 전환해야 했던 시기"라며 "학교와 기업이 비대면 수업과 근무로 전환하는 데 가장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원격근무 솔루션이라고 판단했다. 사회 공헌으로 무료 나눔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알서포트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원격근무가 정착 단계에 접어든 현재, 기업들이 도입하는 솔루션 종류에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초기에는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위한 화상회의 솔루션에 큰 관심을 뒀다"며 "최근에는 효율적인 재택근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화상회의 외에도 몇 가지 솔루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무 연속성 유지를 위해 외부에서 회사 내부 PC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격제어 제품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알서포트가 확인한 원격근무의 핵심은 비즈니스 구성원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연속성 확보’다"라며 이를 위해 화상회의와 원격제어, 원격지원이 필수 요소임을 강조했다.

알서포트는 화상회의 솔루션인 ▲리모트미팅(RemoteMeeting)’을 비롯해 원격에서 회사 내 PC를 제어해 업무 연속성을 확보해주는 ▲리모트뷰(RemoteView), 원격 근무자 PC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VPN 연결이 안 될 때 원격 수리나 설정으로 업무 연속성을 유지해주는 원격지원 솔루션 ▲리모트콜(RemoteCall)을 통해 원격근무 핵심 요소를 모두 공급하고 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 김동진 기자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 김동진 기자
코로나19 대응으로 마스크 공급해도 SW 공급은 고민하지 않아…"패러다임 전환해야"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묻자 서 대표는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으로 마스크를 구매해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원격근무 환경을 구현해 대면하지 않아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공급은 고민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면서 "아직도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는 단순하게 구축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번 납품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유지·보수하고 발전해 나가는 개념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 또 한 번 기회…‘비대면 행사·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

서형수 대표는 하반기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집중하고 ‘비대면 행사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대표는 "하반기 중점 사항은 디지털 뉴딜 바우처 사업이다. 중소기업에 화상회의, 원격근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해당 사업으로 올 하반기에만 2880억가량의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업계에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중소기업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로 알서포트의 리모트미팅을 도입하리라 예상한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비대면 행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신제품 ‘리모트세미나’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중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