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풋내기 창업자와 다를 바 없는 정책 문외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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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09.09 06:00
공공기관 요청으로 몇몇 청년 창업자들을 컨설팅할 기회를 가졌다. 공통적인 특징은 비즈니스 모델이 한결같이 ‘훌륭하다’(great idea)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알게 된 것은 이들이 성공하기까지 갈 길이 한참 멀다는 점이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매 단계에 대한 검증이 아예 없거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속도가 빠른 게 중요하다지만 이것은 아니다. 어쩌면 어떤 단계별로 어떤 장애를 넘어야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는 듯하다.

우선 사업 아이디어 대로 제품이든 플랫폼이든 서비스든 구현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시장이 생각한 대로 반응하는지 실험을 해 봐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실패로 판단하면 빨리 접든지, 원래 생각을 수정하든지 해야 한다.

시장에서 반긴다 해도 끝이 아니다. 결국 기업은 궁극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니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며,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한 돈을 어떻게 회수할 건지 분석(RoI: Return on Investment)을 해야 한다.

사회적 사업이거나 자선사업이 아니라면 모를까 그저 좋은 일이고, 재미있는 일이라서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비고비마다 필요한 일들을 짚을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창업가들이 성공을 거두기 힘든 것은 이 과정에 대한 점검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 창업 뿐만 아니라 중장년 창업을 권장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다보니 여러 국가정책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른다. 국가 돈(세금)으로 정책을 펼칠 때에도 기업 창업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검증해야 한다.

현장(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가릴 것 없이) 관찰해 보면 특히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출발해 정부에 들어와 일하는 사람들의 한계가 뚜렷히 보인다. 평생 큰 일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성공적으로 수행할’(execution) 요인들을 챙기는 훈련들이 전혀 안 되어 있는 듯 하다. 실무 담당자들이 잘못 챙기면 위라도 챙겨야 하는데 이런 DNA가 없다.

마치 많은 젊은 창업자들에서 보듯이 생각과 뜻은 정말 좋은데 성공시킬 힘이 부족하다.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지난한 고통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적당히 정책이라 내세우고 소요 예산을 갖다 붙이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니 효과도 없이, 또 스스로 내세우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세금을 마구 쓰는 것이다. 심지어 내세운 목표와 거꾸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산율을 높인다고 100조원도 넘는 돈을 퍼부었는데 출산은 가파르게 준다. 재래시장을 살린다고 수조원을 썼는데 재래시장은 오히려 점점 더 쇠락해진다. 일자리를 늘린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는데 취업은 줄고 실업도 빠르게 는다. 노동자들을 위하는 여러 정책을 강행했는데 노동자의 삶은 더 팍팍해 진다.

실패 후에는 꼭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불과 몇 달, 몇년 앞도 예측하지 못하면서 남 탓을 하기 일쑤다. 애초 목표가 잘못된 건지 정책을 잘못 만든 건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기업에서 일을 할 때다. 사업 책임자들에게 ‘목표 달성이 안 된 이유나 분석이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할 방안을 가져오라’고 늘 요구했다. 정책 당국자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다.

더구나 그 의사결정권자로 경험도 없고 자리에 맞지도 않는, 자기네 사람들을 수도 없이 앉혀 놨으니 잘 돌아 갈 수 없다. 현장의 공무원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그 폐해를 하소연한다. 만일 국가의 미래나 이익보다 다른 ‘콩고물’에 관심이 있거나 정권의 유지, 연장에만 더 매몰된다면 그 후유증은 정말 최악일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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