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스타트업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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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8 06:00
"해외 인재를 더는 채용할 수 없으니 회사를 해외로 옮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A대표의 말이다. 그는 외국인 채용에 나섰지만 법무부로부터 비자 발급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해외 우수 인재를 영입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미 외국인 직원이 많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의 외국인 비율은 10%대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이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자 발급이 까다롭고 기업별 인원 제한이 있어 다양한 국적의 인재를 고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구인난 해소, 현지화 전략 등 외국인 채용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월 1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K-유니콘 프로젝트 선정기업 간담회에서도 같은 불만이 나왔다. 기업의 애로를 듣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게 외국인 채용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토로했다. 이 회사가 마케팅을 펼치는 지역은 120개국이 넘는다. 사업이 커지면서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의 규제는 스타트업의 힘을 빠지게 한다. 정부가 해외 시장 공략을 권장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사업을 키우려면 각종 장벽에 부딪힌다는 입장이다. A대표는 "회사를 키워서 해외로 옮겨버리면 한국 회사가 아니지 않냐"면서도 "현 상황에선 만약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한국에 온다고 해도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아예 해외 창업이나 오프쇼어링을 선택하는 창업가들도 많다. 한국에 자리 잡고 사업을 확장하는 대신 해외에 본사를 마련하는 편이 세계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최근 39세 미만이고 혁신기술 분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 13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은 처음부터 해외에서 창업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80%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았다.

정부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이들이 실리콘밸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혁신과 다양성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필요로 하는 핵심 요소기도 하다. 단순한 창업 공간과 자금 지원만으로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 수 없다. 기술력을 가진 ‘K스타트업’들이 한국을 거점으로 삼아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해외 인재 채용의 문이 활짝 열리길 바란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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