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겜쓸신잡] ‘사진 한 장’보다 게임 용량이 작다고요?

입력 2020.09.20 06:00

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일본 게임 기업 닌텐도가 1985년 출시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게임 이미지를 먼저 보자.

이 사진의 용량은 ‘42KB(킬로바이트)’다. 그런데, 실제 게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용량은 이 사진 한 장보다도 작은 ‘40KB’다.

당시 패미컴은 물리 처리 장치(PPU)에서 8KB, 중앙처리장치(CPU)에서 32KB, 합쳐서 40KB까지만 지원했으므로 용량을 최대치까지 활용한 셈이다.

매우 적은 용량으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으므로, 개발자는 자연스럽게 용량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를테면, 수풀과 구름의 모양을 같게 만들거나, 대표적인 적인 '굼바(버섯모양 적)'의 모양을 비대칭으로 만든 뒤 프로그래밍으로 좌우 반전을 계속하는 방식으로 걷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식이다.

슈퍼마리오브라더스 게임 화면, 자세히 보면 구름과 수풀의 모양이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제작진은 용량 외에도 다양한 기기 성능의 한계에 맞추기 위해 지혜를 짜내야 했다. 대표적인 제약이 바로 ‘픽셀(화소)’이다.

슈퍼마리오를 실행하는 게임기 ‘패미컴’은 가로에 한 번에 표시할 수 있는 픽셀 수가 64개에 불과했다. 픽셀은 모니터 화면을 이루는 작은 점이다.

이 탓에 개발자는 제한에 맞추면서도 적절한 크기의 캐릭터를 만들고자 8x8 스트라이프를 4개 붙여서 16x16픽셀로 캐릭터를 그려냈다. 매우 한정된 픽셀로 사람 형상을 그려야 했기 때문에 눈, 코, 입을 제대로 표현하기도 빠듯했다. 마리오의 눈은 세로로 2픽셀이다. 모자를 쓴 이유도 픽셀로 머리 부분을 표시하기 쉽기 때문이다.

슈퍼마리오의 모습 / 닌텐도 홈페이지
색상 제한도 있었다. 게임 내 모든 사물은 3가지 색(반짝임 표현 제외)으로만 표현해야 했다. 실제로 마리오도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의 3색으로만 구성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살색과 멜빵의 단추 색이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외로, 거북이 모양 보스 ‘쿠파’는 4가지색(흰색, 초록색, 노란색, 검은색)을 쓴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에도 개발자의 지혜가 담겨있다. 쿠파의 손목 보호대의 검은색은 사실 검은색이 아니라 ‘빈 공간’이다. 손목보호대는 사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배경의 검은색이 투영되는 것이다. 실제로 쿠파가 용암에 빠지면 해당 부분은 붉게 보인다.

슈퍼마리오브라더스의 악당 쿠파의 모습 / 구글 이미지
개발자의 지혜 덕에 겨우 40KB 용량으로 제작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일본에서만 680만장, 전 세계에서 4000만장 넘게 팔릴 정도로 흥행했다. 이 게임은 부진을 겪던 패미컴을 단숨에 최고의 게임기의 자리로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키노피오, 피치 공주, 쿠파 등 마리오 시리즈 주요 캐릭터가 등장하는 첫 작품이다. 첫 작품 이후 슈퍼마리오 관련 시리즈는 총 5억장 이상 팔렸다.

한편, 7월에는 미국 경매장 헤리티지 옥션스 이 게임 원본이 경매에서 11만4000달러(1억3683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는 단일 비디오게임 중에서는 가장 비싼 값이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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