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76년작 ‘대공마룡 가이킹(大空魔竜ガイキング)’은 마징가 향기가 진하게 베어있는 3단 합체 로봇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마징가Z 원작자 ‘나가이 고(永井豪)’가 이끄는 창작집단 다이나믹이 참가했다.
가이킹은 1970년대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구성인 하나의 주제를 한 편 속에 담아내는 1화완결 단막극 형식으로 제작됐다. 정통파 슈퍼로봇 작품답게 ‘권선징악'을 스토리 구성의 중심축으로 잡았지만 그 속에서도 복수극 등 드라마적인 내용을 담아낸 것이 이야기의 재미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야구 선수인 주인공 ‘산시로’는 자신에게 내재된 초능력 탓에 암흑군단의 공격을 받고 팔을 다쳐 선수로서 활약할 수 없게된다. 산시로는 플라즈마로 트럭쯤은 가뿐히 날려버릴 수 있는 초능력을 갖추고 있다. 산시로는 외계 침략자에 맞서 싸우는 ‘컴뱃포스'에 합류해 슈퍼로봇 가이킹과 거대 이동기지 ‘대공마룡'과 함께 군단의 우두머리 다리우스 제압을 위해 한발한발 다가간다.
마징가Z 등의 작품은 만화가 나가이와 그가 이끄는 다이나믹프로가 원작을 기획한 것을 제공받아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지만, 가이킹의 경우 토에이가 직접 기획하고 나가이와 다이나믹은 ‘원작협력'형태로 참가했다.
나카타니는 각본가이자 감독, 프로듀서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일본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한 애니메이션 제작한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81년에는 일본 첫 상업 컴퓨터그래픽 스튜디오 JCGL을 설립해 영화 ‘렌즈맨'을 제작한 바 있다. JCGL은 경영난으로 게임사 반다이남코게임스에 흡수합병됐다. 남코의 높은 게임 그래픽 품질은 JCGL 구성원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생됐다는 것이 현지 영상업계 시각이다.
‘스기노 아키오’는 애니 ‘내일의 죠', ‘에이스를 노려라', ‘보물섬' 등을 만든 인물이다. 섬세한 인물 묘사로 작화감독을 주로 맡았다. 코바야시는 가이킹과 ‘혹성로보 단가드A’에서 로봇 메카닉 디자인을 맡았다.
현지 애니메이션 업계는 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와 애니 제작사 매드하우스 당시 대표인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를 가이킹 제작진으로 영입한 것이 이후 토에이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한다.
나카타니를 필두로 가이킹 제작에 참가한 주요 제작진은 해골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로봇,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가하는 거대 이동기지, 행성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전쟁에 내몰린 제라별 사람들의 비극 등 1970년대 중반까지 슈퍼로봇 작품에 없던 요소를 애니 가이킹에 접목시켰다.
마징가Z 향기가 느껴지는 3단 합체 슈퍼로봇 ‘가이킹'
공룡모양의 거대 이동요새인 ‘대공마룡'은 땅과 하늘은 물론 바닷속 잠수도 가능한 컴뱃포스의 이동기지다. 길이는 무려 400미터, 무게는 3만8000톤에 달한다.
대공마룡은 가이킹 출동 후 기지 보호를 위해 ‘볼루션프로텍터'라는 방어자세를 취한다. 이 상태에서 광파(光波) 방어벽을 쳐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막아내고, 고속으로 회전해 부딛히는 것으로 적을 격파하는 필살기를 펼치기도 한다.
대공마룡 가이킹 전투장면 일부 / 유튜브
가이킹은 다이나믹프로가 제작협력한 만큼 마징가Z의 향기가 진하게 베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이킹의 눈에서는 ‘데스퍼사이트'라 불리는 광선이 발사되고 가이킹 머리에 달린 뿔에서는 ‘파라이저'라는 전기공격이 가능하다. 마징가Z와 같은 로켓펀치(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핸드 미사일도 탑재했다. 이밖에도 수리검인 ‘카운터크로스' 드릴 무기인 ‘미라클드릴' 등 다채로운 무기를 갖추고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