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인성 문제있어?" "4번(훈련생)은 개인주의야"

이 말은 최근 장안에 화제인 특수부대 훈련 체험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 프로그램이 만들어 낸 유행어다. 이근 대위는 훈련생에게 실전을 방불케하는 강도높은 훈련을 지시한 후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윽박지른다.

총성 없는 기술전쟁의 시대다. 누가 더 앞선 기술을 보유했냐에 따라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이 좌지우지 된다. 기술전쟁은 가짜사나이와 달리 훈련은 없고 실전만 있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 사례는 국지전 형태로 끊임없이 발생한다.

기술을 유출한 이들에게 대중은 이근 대위의 윽박지름과 비슷한 심정을 느낄 것이다. ‘인성’은 ‘양심’으로,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로 고치면 더 정확해 진다.

우리나라는 해외기업 기술 탈취의 표적 국가 중 하나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분야가 매순간 위협을 받는다. 정부가 구자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보·수사 당국이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은 총 121건이다. 이 중 국가 핵심기술은 29건에 달했다.

2018년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시도 사례가 대표적이다. 피해기업 전 직원은 퇴사 직전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플라스틱 OLED 보상회로 등 국가 핵심기술 자료를 빼돌리다 적발됐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량 관련 첨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구속기소 된 일이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연구원들이 OLED 제조 관련 기술을 최종적으로 중국업체에 넘겨 이득을 취하려다 구속되는 사례도 나왔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사례를 돈 때문에 양심과 국가를 판 일탈행위라고 평가한다. 비양심 직원으로 낙인찍힌 이들이 어디서도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기술 유출 문제는 개인 양심을 탓하는 것으로 해결되거나 개선되지는 않는다. 이들이 처음부터 회사 및 연구기관의 일원으로서 배신을 계획하진 않았을 것이다. 단지 시간이 흐르면서 양심이 외부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인성에 문제(?)있는 일부 직원의 일탈 행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어렵다. 유출 사례를 개별 분석해 최대한 유사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양심에 맡기고 애국심만 요구할 게 아니다. 아군이 배신하지 않도록 하는 사전적 유인이 필요하다.

기술 보유자가 해외 자본의 검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기업은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연구기관은 R&D 자율성을 보장하는 등 체계적 인재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핵심 기술 보유자나 기업에는 핵심기술 지정을 넘어 국가가 직접 나서 보호하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

사후 처벌 강화도 필수적이다. 현행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하거나 침해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함께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하지만 이는 유출에 성공했을 경우만 해당한다. 유출 시도를 하더라도 실패하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법안 개정을 통해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시도 만으로 같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필요시 신상정보도 공개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국가재산으로 ‘한탕’하려다 더 큰 ‘한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기술을 가진자로부터 일깨워야 할 것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