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겜쓸신잡] GTA5 주인공, FBI의 '공공의 적 1호'였다?

입력 2020.09.27 06:00

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락스타게임즈가 2013년 출시한 오픈월드게임 GTA5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바탕으로 만든 ‘로스 산토스’라는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 도시에서는 각종 범죄가 일어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장 은행강도다.

GTA5의 주인공 마이클 드 산타와 트레버 필립스는 게임 프롤로그부터 은행을 턴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경찰과 FIB(현실의 FBI와 비슷한 단체) 병력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발단이다.

GTA5에서 중무장하고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이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 / GTA5
FIB는 외부에 마이클이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모종의 거래로 그를 살려둔다. 사건 후 9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트레버는 마이클이 사실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재회한 두 사람과 또 다른 주인공 프랭클린은 또다시 은행 강도 등 범죄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다는 것이 게임의 주요 내용이다.

게임 주인공 일행은 미니건 등 중화기로 무장해 경찰 병력과 대치하거나, 금괴 호송차량을 탈취하거나, 은행 금고를 터뜨려 빼낸 금괴를 열차에 싣고 도망치는 등 지능적이고 대담한 방법을 활용한다.

대공황 시기 악명을 떨친 은행강도 ‘존 딜린저’의 모습 / 위키피디아
현실에서도 은행 강도는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 사건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은행 강도 사건은 2004년 7556건보다 훨씬 줄었으나, 2018년 기준으로는 한 해에 2975건이나 발생한다.

오늘날의 FBI를 탄생하게 한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은행강도인 존 허버트 딜린저(John Herbert Dillinger, 1903년 6월 22일~1934년 7월 22일)다.

미국 정부는 당시 존 딜린저를 필두로 기승을 떨치던 조직 범죄에 대응하고자 검찰국(BOI, Bureau of Investigation)을 바탕으로 특수수사국(DOI, FBI의 전신)을 창설하고, 초대 국장으로 존 에드거 후버를 임명했다. DOI는 존 딜린저를 ‘공공의적 1호(Public enemy #1)로 지목하고 당시 돈으로 현상금 1만달러(1173만원)를 걸었다.

딜린저는 대공황 시대에 살았던 미국 갱스터인데, 자신의 이름을 딴 딜린저 갱이라는 조직을 이끌고 은행 11곳과 경찰서 4곳을 털고, 감옥에서 2번이나 탈옥한 악명높은 범죄자다.

그는 21살이던 1924년 처음 범죄에 발을 들였다. 친구와 함께 식료품점을 털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이 때만해도 그는 수법이 형편 없는 보통 범죄자였다. 친구는 변호사를 선임해 가벼운 형을 받았으나, 가난했던 딜린저는 10년이 넘는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 기간에 갱생하는 길 대신 타락의 길로 들어섰다. 교도소에서 유명 은행 강도였던 해리 피어폰트, 러셀 클라크에게 범죄 수법을 전수받은 것이다.

딜린저는 이때 배운 범죄 기술을 바탕으로 1933년 5월 가석방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은행을 털며 악명을 떨쳤다. 불과 1년새 은행을 11개 털어 당시 돈으로 30만달러(3억5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주로 인질을 앞세워 경찰 포위망을 빠져나갔고, 보안관 1명, 경찰관 7명, FBI 요원 3명을 살해했다. 다만 인질에게는 정중한 태도를 보이며 항상 석방하는 기묘한 행적을 보였다. 탈옥 과정에서는 깎은 나무에 구두약을 칠해 가짜 권총을 만들고 이를 활용하기도 하는 대담한 모습도 보였다.

대공황 시대에는 물가가 오르는 동시에 경기 침체로 실업률 등 부정적 지표가 덩달아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stagnation+inflation) 현상이 일어나 민심이 흉흉했다. 이런 상황에서 존 딜린저가 시민은 건드리지 않고 마치 공권력을 조롱하는 듯한 행적을 보이자 대중이 희대의 악당이었던 존 딜린저에게 열광하는 현상도 일어났다.

딜린저의 범죄 행각은 1934년에 그가 사살되면서 멈추게 된다. 그는 내부자의 밀고로 시카고 바이오그래프 극장에서 FBI 요원과 경찰들에 의해 사살됐다. 존 딜린저의 이야기는 2009년 개봉한 영화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ies)’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배우 조니 뎁이 존 딜린저를 연기했다.

바이오그래프 극장의 모습 / FBI 홈페이지
한국의 경우,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은행강도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2018년 9월 충남 당진 농협은행 강도 사건을 보도한 KBS뉴스에서 기자가 ‘올해만 6건’이라고 언급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해외보다는 확연히 적은 빈도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은행 측에서도 혹시 모를 은행강도 사건을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새마을금고는 은행강도를 막기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 "CCTV영상 보유 기간을 90일로 확대하고, 은행 내에 휴대용 호신기기를 상시 준비하고, 직원 대상 현금 도난사고 예방 교육을 진행한다"며 "이에 더해 경찰서, 무인경비업체와 손잡고 금융안전사고 예방 모의 협동훈련을 사무소별로 반기에 각 1회 이상 진 상․하반기 각각 1회 이상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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