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은 근로자 비율을 기준으로 한국은 글로벌 3위입니다. 한국은 코로나 이전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근로자 정신적 스트레스 수치가 높았습니다. 이런 사실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샤쿤 카나 오라클 아태지역 HCM 애플리케이션 총괄의 말이다. 오라클은 글로벌 11개국 기업 관리자, 인사담당자, 경영진 등에게 정신건강, 인공지능(AI), 챗봇 기술 등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결과를 담은 ‘AI at Work’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는 1000여명의 국내 설문대상자도 포함됐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는 글로벌 평균보다 높은 비율로 코로나19로 인해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비율은 40%로 글로벌 평균(62%)보다 낮았다. 아울러 응답자들은 기업들이 직장 내에서의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지원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어 AI 등 기술 활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를 발표하는 샤쿤 카나 오라클 아태지역 HCM 애플리케이션 총괄 / 김동진 기자
보고서를 발표하는 샤쿤 카나 오라클 아태지역 HCM 애플리케이션 총괄 / 김동진 기자
해당 조사는 2020년 7월 16일에서 8월 4일 사이 이메일을 통해 시행됐다. 조사 대상은 대한민국, 미국, 영국,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인도, 일본, 중국, 브라질의 22세에서 74세 사이 근로자 1만2347명이다.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기준 올해 직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어느 때 보다 증가했다고 답한 비율은 70%다. 코로나19가 직원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비율은 글로벌 평균 78%에 달했다. 한국(84%)은 인도(89%)와 아랍에미리트(8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늘어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글로벌 노동자들은 스트레스(38%), 일과 삶 균형 부족(35%), 극도의 피로감(25%), 사회적 교류 부재로 인한 우울증(25%), 외로움(14%) 등을 호소했다.

85%의 글로벌 설문 참여자는 직장에서의 정신건강 문제(스트레스, 불안, 우울증)가 가정생활(사생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한국은 글로벌 평균을 조금 넘는 89%를 기록했다.

장기적인 재택근무로 일과 생활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면서, 응답자의 35%가 매달 40시간 이상 더 많은 양의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25%의 사람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62%의 사람들은 코로나19 발병 이전보다 재택근무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51%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을 이유로 꼽았고, 충분한 수면(31%), 업무의 완성도(30%)가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40%만이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일본(38%) 다음으로 재택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결과다.

글로벌 76%의 응답자들은 기업이 근로자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답했다. 51%는 본인이 근무하는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국 근로자 85%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직장인의 84%가 재택근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일과 생활에 구분이 없다는 점(41%), 스트레스와 불안 등 정신건강과 관련한 요소(33%)를 꼽았다. 한국 근로자도 개인생활과 직장에 구분이 없다는 점을 재택근무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42%의 사람들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불안과 우울감이 업무 생산성을 매우 떨어뜨린다고 답했고, 40%는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85%는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이 가정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에밀리 헤 오라클 클라우드 HCM 클라우드 수석 부사장은 "기업이 직접 나서 솔루션을 제공해 주길 바라는 직원들의 요구를 고려할 때, 어느 때보다도 이 문제에 대한 열린 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건강 증진’을 회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경영진과 인사 담당자들이 함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