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 인터뷰] '이 한 줄의 가사' 이주엽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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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09 09:00
이 한 줄의 가사 이 책은

영화·음악·미술 비평은 익숙하지만, 노래 ‘가사 비평’은 퍽 낮설다. 이주엽 저자가 쓴 책, ‘이 한 줄의 가사’는 한국에서는 처음 나온 가사 비평서지만, 수필처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노래 가사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시나 수필 등 순수 문학처럼 사람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주엽 저자는 작사가다. 20년 가까이 음반 기획자로도 일했다. 이런 그이기에 노래 가사가 얼마나 시적이고 아름다운지, 보석같은 이들 노래가 한국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대변하고 위로했는지, 음악사를 어떻게 이끌어왔는지를 논할 수 있다.

이 한 줄의 가사 / 열린책들
이주엽 저자는 책 ‘이 한 줄의 가사’에 들국화의 ‘행진’과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송창식의 ‘선운사’ 등 사랑 받는 명곡 41편의 가사를 담았다. 음악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가사를 읊었는지, 그 속에 숨겨진 시대상들은 어떤 모습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음악가에게는 찬사를, 독자에게는 감동을 각각 전한다.

한편의 노래 가사에 숨겨진 메시지, 이 메시지가 우리네 삶에 어떤 평안과 가르침을 주는지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한 줄의 가사’를 쓴 이주엽 저자에게 다섯가지 질문을 물었다.

Q1.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래 가사 비평’을 엮은 책입니다. 쓴 동기는 무엇인가요?

-’가사 비평’이라기보다는 ‘가사 에세이’로 읽어달라.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스스로 즐겨 듣는 노래 가사의 문학성을 찾는 작업 와중에 탄생했다. 한현우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권유도 한 몫 했다. 노래 가사 글을 연재하라는 조언을 해준 한 논설위원의 격려에 힘입어

음반 제작자이자 작사가로서의 경험도 살렸다. 한국 대중음악 가운데 문학적인, 좋은 가사를 찾았다. 여기에 음악 앨범 이야기를 추가해서 책을 엮었다.

Q2. 감성과 시대상 등 많은 의미를 함축한 노래 가사,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을까요?

-가사를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을까? 시도 그렇듯, 지적 자아로 충만한 음악가들이 쓴 가사는 한 번 읽어서는 잘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좋으면서 금방 다가오는 쉬운 가사도 있다. 좋은 가사는 한번 들었을 때 멋있다고 느끼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쉽고 설득력 있으면서 멋있는 문장으로 이뤄진 것이 좋은 가사라고 본다.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다. 열심히 노래를 듣고 가사를 읽고, 머리 속에 담아두면 어느 순간 가사의 뜻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오래 곁에 두고 자주 읽으면 자연스레 뜻을 알게 되는 시처럼, 노래 가사도 곁에 두고 자주 들으면 말을 걸어올 것이다.

Q3. 보석같은 가사가 담긴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추천하는 가사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의 원고를 신문에 연재할 때 가장 먼저 든 노래가 들국화의 ‘행진’이다. 가사로만 따지면, 순도가 높지만은 않다. 서술은 평이하고, 도중에 꽤 거친 표현도 있다. 그런데, 가사 중에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거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 하나 덕분에 이 노래는 ‘완성됐다’고 본다.

비는 불운과 시련이다. 그 가혹한 운명을 피하지 않고 내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이 멋있다. 눈도 불운과 시련을 표현한다. 그럼에도 눈이, 시련이 오면 두 팔을 벌려 맞으며 환호하겠노라고 말한다.

젊을 때, 이 가사를 전인권씨의 목소리로 듣고 전율했다. 내 대중음악 보관함 중 최고다. 사람의 삶의 자문, 예술가들의 동력을 일으키는 가사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다.

Q4. 가사를 쓰고 싶어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하는 예비 음악가들에게 조언을 주세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작사가다. 나는 글은 ‘엉덩이로 쓴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이 쓰느냐, 엉덩이를 붙이고 노력하고 퇴고하느냐, 이것이 쌓여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본다. 한순간에, 하루아침에 될 수 없다.

가사를 쓸 때 독서실을 즐겨 간다. 모두 숙연하게 공부하는 분위기와 긴장감이 좋다. 투지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쓰다 보면 좋은 가사가 나오더라.

Q5. 코로나 19 바이러스 여파로 힘든 국민들에게 권하고픈 노래 가사를 읊어주세요.

-모든 노래는 위로가 된다. 힘든 국민 여러분이 어떤 노래든 듣고 또 부르며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나 역시 젊은 시절 가난하고 정서적으로 힘들 때, 좋은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 굳이 한 곡을 꼽으라면 ‘이 한 줄의 가사’에도 실린 김민기 씨의 ‘봉우리’를 권한다.

김민기의 봉우리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엔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라고 말한다. 봉우리는 ‘성공’, ‘욕망’을 상징한다. 모두 봉우리에 닿기 위해 경쟁을 펼친다. 이 노래는 봉우리엘 가 보니, 그 자리는 성공의 자리가 아니라 단지 ‘사람들이 가리키기만 하는 자리였다’고 말한다. 허망하다고 말한다.

김민기의 봉우리는 이 허망함을 아주 잘 읊은 노래다. 사실, 김민기씨는 한국에서 가사를 가장 잘 쓰는 가수 중 하나다. 가장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한국의 ‘밥 딜런’이라 부를 만한 가수다. 그가 만들고 부른 노래 봉우리를 들으면 욕망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가 느끼게 된다.

이어 김민기는 봉우리에서 내려다본 바다의 광경을 노래한다. 삶은 욕망을 향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바다로 나아가는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욕망과 고통, 시련과 불운은 바다로 흘러가듯 잠잠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감동적인 이 노래를 들으면 삶의 투지가 생긴다.
‘이 한 줄의 가사’ 이주엽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역사책방은 10월 중 출판 강연과 행사를 아래처럼 마련합니다.

10월 13일(화) 19:30 김탁환 저자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10월 15일(목) 19:30 정병모 저자 ‘책거리’
10월 17일(토) 10:30 김인철 저자 ‘성북동을 가다’
10월 21일(수) 19:30 서촌탐구 ‘서촌, 살다보니’
10월 22일(목) 19:30 정석 저자 ‘서촌, 참한 도시’
10월 27일(화) 19:30 김미경 저자 ‘그림으로 서촌을 읽다’
10월 28일(수) 19:30 윤후명 저자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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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주엽은

작사가이자 ‘JNH뮤직’ 대표. 1964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988년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2002년부터 현재까지 음악 레이블 JNH뮤직을 운영하고 있다. 70년대 최고의 디바 정미조,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 라틴 밴드 로스 아미고스 등의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

이 한 줄의 가사 출판강연 현장 이주엽 저자 / 차주경 기자·역사책방
JNH뮤직 다수의 기획이 대중음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가요계를 은퇴했던 정미조의 앨범을 제작해 37년 만의 컴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최백호의 「다시 길 위에서」는 가요에 월드뮤직 어법을 결합한 앨범으로 〈최백호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말로의 3집 「벚꽃 지다」는 〈한국적 재즈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박주원의 앨범들은 기타 연주 음악으론 이례적으로 큰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한국에 집시 기타 붐을 일으켰다. 저자는 정미조, 최백호, 말로의 음반에 주요 작사가로 참여했고, 절제되고 시적인 노랫말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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