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소위 ‘난 놈들’을 보면 되뇌이곤 했던 말이다.
딱히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는데 학업 성적은 물론 노래·미술 못하는게 없다. 열등감의 표현이 ‘재수없다’였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를 지켜 봤다.
솔직히 놀랐다. 기업 프레젠테이션이라기 보다는 거창한 논문 발표 같았다.

여타 기업이라면 ‘꿈이 크네’라고 무시했다. 발표자가 일론 머스크다. 그가 누구인가. 한국 나이로 이제 막 50줄에 들어선 젊은 CEO다. 온갖 구설에도 승승장구하며, 이미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멈출만도 한데, 그는 아니다. 이미 진행중인 사업이 17가지나 된다고 한다. 하나 하나가 숨이 탁 막힐 정도로 스케일이 크고 미래 지향적이다.

성공의 단 맛 영향인지, ‘당당함’도 부럽다. 테슬라 주가가 하늘을 치솟을때 그는 트위터에 ‘너무 높다(비싸다)’고 일갈했다. 발언에 주가는 10% 이상 폭락하며 140억달러(약 16조원)가 날아갔다. 남들이 ‘미쳤다’고 했을때 머스크 CEO가 후회 했을까? 주가는 바로 회복되고 또 한 참을 올랐다.

머스크 CEO의 자유로운 ‘사고(思考)’는 어디서 나올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우리의 ‘상상의 나래(날개)’는 왜 안 펼쳐질까.

최근 강연에서 들었다. ‘일본의 신생 혁신기업 가운데 떠오르는 곳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답변 나온 곳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였다. 1986년에 세워진 회사다. 30년이 넘었다.

암울한 얘기는 이어졌다. 중국 대학생 창업 희망 비율이 40%를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유사한 5%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30년’ 그들과 함께 할 수는 없다.
그래선 안된다. 우리는 달라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 잠재력이 보인다. BTS가 그랬고, 수많은 스포츠 스타가 보여줬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바이오 기업도 그렇다. 우리 기업가, 예비 창업자가 못할게 없다.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미국·중국 성공 기업의 등장과 성공을 봤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우리라고 못할게 없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그런 민족이다. 미개하다고 폄훼할게 아니다. 강한 질투이자, 경쟁심이다.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기도 하다.

전제가 있다. 변화다. 적당히가 아닌 ‘확’ 변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자세히는 ‘혁신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에선 안돼’라는 선입견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떠들어도 내 입만 아프다"며 사업을 접는 사람이 나와선 안된다.

오래된 얘기지만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보다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 한국 기업 환경에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자조다.

바뀌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기업가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과감히 규제를 없애야 한다. 사전규제는 사후로 바꿔야 한다. 기업가들이 튀는 아이디어로 미쳐 날뛰도록 말이다.

그래야 머스크 CEO 처럼 ‘재수없는 놈(?)’들이 국내에도 많이 나온다. 지금 우리는 ‘혁신이 넘쳐나는 나라’와 ‘혁신을 바라보는 나라’ 기로에 서 있다. 어찌보면 마지막 기회다.

위정자들이여, 이제는 과감히 결단하자. 기득권과의 손을 놓고, 겪어 보지 못한 미래를 한번 만들어 보자.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