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 데이터 댐의 수문을 열다

  •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입력 2020.10.12 06:00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


    우리 정부는 디지털 뉴딜로 경제와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디지털 뉴딜 사업의 핵심은 데이터(Data), 클라우드(Cloud), 인공지능(AI)이다.

    데이터 댐에는 공공과 민간의 다양한 데이터가 모인다. 데이터를 모으려면 클라우드가 필수다. AI는 클라우드에 쌓인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더욱 진화한다. 다양한 신기술이 접목돼 보다 지능화된 디지털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댐에서 방류된 물이 전기를 생산하듯 데이터 댐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디지털 정부나 자율주행 등 혁신적인 디지털서비스를 창출할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를 적기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유통과정이 필요하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디지털 서비스 특성에 부합하는 애자일(agile)한 유통체계가 더욱 중요해진다.

    제도시행전후비교 / 한국정보화진흥원
    그간 공공 조달의 계약 체계는 소유 중심의 물품계약과 용역계약 위주였다.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이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디지털 서비스 계약에는 잘 맞지 않았다. 또 기존 계약제도는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안서(RFP) 작성·사전공고·본공고·평가·협상 등 통상 수개월이 소요됐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디지털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 특성을 적기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국가 사회적으로 디지털 서비스에 특화된 전문계약 제도의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가 10월부터 시행된다. 마땅한 유통 체계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던 AI, 지능형 데이터 등 신기술 서비스가 마침내 정부 내에서 쉽고 빠르게 유통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제도의 프로세스는 매우 단순하다. 심사위원회에서 디지털서비스를 심사해 선정한 후, 이용지원시스템에 등록한다. 수요가 있는 국가기관은 이용지원시스템의 서비스 목록을 보고, 기관에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 계약하면 끝이다. 수의계약도 가능하고 장기계약도 체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계약 소요 기간이 기존 2개월 이상에서 1~2주 내로 단축된다. 공공조달 시장에 ‘간단하고 애자일한’ 계약방식이 실현되는 셈이다. 수요기관이 자신의 환경에 적합한 서비스를 고르는 ‘온디맨드 계약방식’ 또한 지원된다. 신혼부부가 자신들의 처지에 맞는 신혼집을 스스로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디지털서비스 심사·선정 절차 안내 /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는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과 더불어 시행된다. 정부는 데이터 댐 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2025년까지 공공의 시스템들을 클라우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국가기관 전체에서 운영하는 정보시스템의 정보자원은 총 22만4000대인데, 이 중 18만5000대(83%)가 전환 대상이다.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제도 시행으로 국가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이 간편해질 것이다. 또 민간 주도형 디지털 정부 서비스와 데이터 서비스 구매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다. 나아가 데이터를 활용해 증거 기반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데이터 기반 행정’의 길이 열릴 것이다. 비로소 데이터 댐 수문을 열어젖히는 셈이다.

    영국에서 선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정부는 2012년 서비스 전문계약제도를 신설하고 디지털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했다. 그 결과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창업이 활발해졌다. 거래 비중도 크게 늘었다.

    제도 시행 6년 만에 연간 거래 규모는 약 167배 증가했다. 3505개 등록기업 중 중소기업 비중이 90%에 웃도는 결과를 만들었다. 현재 영국 디지털 마켓플레이스에는 약 3만여개 서비스가 등록돼 있다. 작년 계약 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른다.

    2019년 국내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기업(1142개) 중 30인 미만 종사자 기업은 59.7%, 100인 미만 종사자 기업은 83.7%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제도 시행은 중소기업 육성, 경제 활성화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정부가 혁신을 촉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혁신적 유효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 제도는 혁신적인 디지털서비스의 판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혁신을 폭발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보안 인증을 획득한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보안인증 획득에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10월 현재 24개 서비스만이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획득했을 뿐이다. 빠르고 유연한 디지털 서비스 계약을 위해서 보안 규제의 완화가 절대적이다. 보안 규제가 국가 데이터 댐의 녹조와 같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클라우드법 시행령 안에 디지털서비스 정의가 규정됐다. 이로 인해 디지털 서비스가 자칫 클라우드 서비스로 한정될 우려가 있다. 디지털서비스에 대한 보다 유연하고 폭넓은 적용을 위해서는 상위법에서의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 애매한 법 규정 때문에 호랑이로 커나갈 제도를 고양이 꼴로 전락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제도는 공공부문 클라우드 대전환과 함께 혁신적 유효시장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지털서비스가 빠르게 유통되도록 문호를 활짝 개방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디지털서비스 이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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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대한민국 벤처1세대다. 1959년 9월 23일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국사학을 전공했다. 1994년 나우콤(現 아프리카TV)을 설립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디지털혁신특보단장, SNS본부 부본부장 겸 가짜뉴스대책단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