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억대급’ 프리미엄 TV를 앞세워 연말 TV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을 펼친다. 삼성전자가 벽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화면을 강조했다면, LG전자는 화면을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기술을 어필해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 억대 TV의 가치를 초대형에 둘지 기술력에 둘지, 주 타깃인 고소득층 소비자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가정용 마이크로LED TV ‘더 월’/ HMG
삼성전자 가정용 마이크로LED TV ‘더 월’/ HMG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기존 보다 화점 간격을 넓힌 1.26·1.68도트피치(화면을 구성하는 점 사이의 거리) 가정용 마이크로LED TV ‘더 월’을 하만 공식총판인 HMG를 통해 선보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0.84 도트피치 ‘더 월 럭셔리’를 출시한 바 있다.

마이크로 LED TV는 초소형 LED 반도체를 이어 붙여 제작하는 방식이다. 크기와 해상도의 제약이 없어 초대형화가 가능하다.

더 월은 8K 초고해상도를 구현한다. 공간 구성이나 인테리어에 따라 자유롭게 모듈을 구성해 스크린의 크기와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라인업은 ▲110인치(1억2500만원) ▲146인치(1억8000만원) ▲146인치(1억5000만원·1.68도트피치) ▲183인치(3억2000만원) ▲219인치(4억5000만원)다. 설치비는 별도다.

2018년 상업용으로 출시된 더 월 146인치 제품 가격이 5억원에 가까웠던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쯤으로 내린 셈이다.

HMG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삼성전자에 물량을 공급받고, 일정 마진을 남겨 판매를 하는 식이다. ‘삼성 더 월 + 하만 럭셔리 패키지’는 TV 가격에 하만카돈 스피커 가격 7000만원을 추가한 상품이다. 주문을 받으면 1~3개월쯤 제작에 돌입해 설치를 진행한다.

전자업계는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된 더 월을 특정 수요층을 노린 제품으로 평가한다. 연내 100인치 이하 제품이 공개되고, 가격대도 억대 이하로 떨어져야 대중화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가정에 놓을 수 있는 75·88·93인치 등 모델이 연내 출시되고, 최대 2000만원대인 QLED 8K TV 수준으로 가격을 맞춘다면 꾸준한 판매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G전자 모델들이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호텔에 전시된 LG 시그니처 올레드 R와 벤틀리 컨티넨탈 GT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전자
LG전자 모델들이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호텔에 전시된 LG 시그니처 올레드 R와 벤틀리 컨티넨탈 GT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전자
LG전자는 자사 롤러블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 정식 출시를 앞두고 14일부터 엿새간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호텔에서 VVIP 고객 초청 행사를 열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한 세션당 2~3명만 참석한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는 세계 최초 롤러블 TV다.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이 시청할 때는 화면을 펼쳐주고 시청하지 않을 때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는다. 외관에는 리얼 알루미늄을, 스피커에는 명품 패브릭 브랜드 크바드라트(Kvadrat) 원단을 적용했다.

얇은 데다 구부리기 쉬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강점을 앞세워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완전히 펴진 상태의 크기는 65인치이며, 해상도는 4K다.

LG전자는 VVIP 고객 초청 행사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은 것은 물론 일부 고객으로부터 예약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판매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지만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있는 경우 예약 주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품을 실제로 본 고객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 출시가는 1억원 수준으로 잠정 확정됐다. LG전자 제품 중 가장 고가인 88인치 8K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5000만원) 대비 두배 이상 높다. 10월 말 온라인을 통해 공식 출시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LG전자 롤러블TV 역시 삼성전자 더 월과 마찬가지로 대중화보다는 기술력과 혁신을 알리는 상징성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관계자는 "1억원이라는 가격이 특정 소비자층에게는 부담되지 않고, 수요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시장 판매로 반응을 살펴본 후 글로벌 시장 판매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