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영감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창의적 영감은 계획 속에 있다."

김재훈(44) 작가는 레고 테크닉 창작팀 ‘다산(DASAN)’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움직이는 레고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작가는 ‘레고 테크닉’ 브릭을 활용한 창작물이 ‘멋지고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동력을 이용해 바퀴를 굴리고 물건을 들어 올리는 움직임이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는 설명이다.

김재훈 작가. / IT조선
김재훈 작가. / IT조선
김재훈 작가는 외형에 치중한 레고 테크닉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발상을 더해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멋있게' 만드는 작업들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움직이는 작품들은 전시회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레고팬들과 공유하고 있다.

김 작가는 "레고 창작품의 다양한 요소 중 일부만 감상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감상 방법의 물리적인 한계를 없앨 고민을 했고, 조만간 고민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오롯이 작품의 모든 요소를 감상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김 작가를 레고 창작가로 이끈 것은 반복적인 수집행위에 대한 회의감이다. 초합금 슈퍼로봇 피규어 수집 과정 속에 만난 레고 테크닉 제품이 자신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는 것이 김 작가의 고백이다.

움직이는 레고 테크닉 제품이 즐거움과 동시에 아쉬움도 전달한다는 것. ‘왜 이렇게는 움직이지 않을까?’하는 물음을 시작으로 레고 창작의 길로 들어섰다는 얘기다.

김재훈 작가는 레고 창작을 위해서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작가는 "팀원들에게 항상 계획을 세우라고 잔소리를 한다. 창의적인 영감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며 "항상 무엇인가를 하기 전 큰 주제를 정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다 보면 명확해지는 대상에 도달하게 된다. 계획이 있으면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예열시간도 많이 절약되고 결과물도 계획의 유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레고 창작가를 꿈 꾸는 젊은세대에게는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작가는 "무계획으로 시작해 결국 무언가에 쫓기다보면 절대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수 없다는 나름의 정석을 가지고 있다. 창의적 영감은 항상 계획 안에 있다. 무엇을 시작하려거든 계획부터 세워보라"고 전했다.

김재훈 작가는 레고 창작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작가는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물론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큰 계획을 먼저 세우고 잘게 쪼갠 다음 할 수 있는것 부터 하나씩 해결하고 그것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하다보면 못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창의적인가라는 질문에 김 작가는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분야가 다르고 관심사가 달라서 서로의 창의성을 모르고 지나칠 뿐이지 모든 인류는 창의적이다. 다만 그성향을 얼마나 훈련하고 성장시키는가의 정도 차이는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레고 테크닉 창작팀 ‘다산’ / IT조선
레고 테크닉 창작팀 ‘다산’ / IT조선
김 작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제품디자이너가 되기위해 많은것을 보고, 느끼고, 구체화 시키는 훈련을 해왔다. 30대 초반까지는 디자이너로써의 삶을 살았다. 작가는 그렇게 누적된 시간과 경험이 레고 창작에 도움이 될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재훈 작가는 레고가 단지 눈으로 보는 장난감이 아니라고 말한다. 만지고, 움직이며 느낄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유리벽 속에 있거나 손이 닿지않는 먼 발치에서 보는 레고 창작물이 아닌 작가와 관람객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을 추구한다. 직접 만져보고 움직여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어린이에게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은 그 어느 시대를 살아온 누구보다 풍요롭고 창의적이며 똑똑하다. 다만 그런 아이들을 기성세대들이 만든 프레임속에 가두고, 지나간 세대들의 꿈을 강요하는것이 걱정될 뿐이다"며 "자유롭게 놀고 떠들며, 정서를 쌓아야할 시간에 밤 늦도록 이 학원, 저 학원을 돌다 지쳐 잠드는 아이들에게는 잘 놀 수 있는 수단이 꼭 필요하다. 레고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수단이 되었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레고그룹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자는 취지의 ‘리빌드 더 월드(Rebuild The World)’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김재훈 작가의 "창의적 영감은 항상 계획 안에 있다"는 말은 레고 창작을 넘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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