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한국 미술시장은 시장 참여자의 숫자가 적고, 투입되는 자본의 양도 적다. 시장조사업체 Arts Economics에 따르면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5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세계 미술시장 비중도 채 1%가 되지 않는다. 규모가 작으니, 한국 미술시장은 가격의 불투명성, 정보의 비대칭성, 소수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을 띤다. 비효율적 시장의 문제점을 모두 가졌다.

미술시장을 만들고 키우기 위해 정부와 민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하고,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이 예다. 하지만, 이들 노력도 아직 성과를 낳지 못했다.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술 전시회를 보는 이는 국민 가운데 2.6%에 불과하다.

지금 상황이라면, 미술시장이 빠른 시일 안에 성장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시장 참여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일반적 논의는 이뤄지지만, 이것만으로는 시장 성장과 확장을 기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시장에 투입되는 자본의 양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좋은 예가 암호화폐 시장이다. 처음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는 소수였다. 하지만, 시장에 자본이 유입되면서 시장 참여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시장 자체도 커졌다.

따라서 미술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한다면 시장 참여자 수가 늘고, 나아가 미술시장의 성장과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 유동성을 가져다줄 방법으로는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 ▲미술품이 투자할만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 ▲미술시장에 투자할만한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미술품 투자자산화를 통한 금융기관의 시장참여 유도’라고 판단한다. 이미 한국외에서는 은행, 연기금, 보험사, 사모펀드 등 금융계가 아트파이낸스 활동을 하고 있기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미술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1990년 말 예술품 담보대출, 아트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파이낸스 활동이 한국에 등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아트파이낸스 활동은 성공적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당시 미술품 투자는 ‘매각차익만 노리는 투기’에 가까웠다. 예술품 담보대출 역시 대출자의 상환능력, 담보 적격성 여부와 관계 없이 무차별로 이뤄졌다. 아트펀드도 그 실체는 갤러리나 경매회사의 예술품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 또는 개인 신용대출이었다.

지금까지도 국내에는 성공적인 아트파이낸스 활동 사례가 많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미술품 가치 평가의 어려움, 관리 방법에 대한 이해 부재, 위작 및 훼손에 대한 리스크 등의 이유로 아트파이낸스를 회의적으로 본다.

예술계도 과거 성공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아트파이낸스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앞서 시행한 아트펀드와 예술품 담보대출 때문에 떠안은 막대한 손실 탓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있다.

하지만, 과거 실패는 되짚고 몸을 사릴 일이 아니라 반면교사해 교훈을 얻을 일이다. 여기에 한국외 성공 사례를 참고한다면, 한국에서도 아트파이낸스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이미 한국 기관은 미술시장 참여자를 늘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미술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아트파이낸스 활동은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과 확장을 이끌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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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아트파이낸스그룹(Art Finance Group) 대표다. 우베멘토 Art Finance 팀장 역임 후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참여 및 아트펀드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매회사(2020년 출간 예정)』 (공동집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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