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차세대 ‘지포스 30시리즈’ 그래픽카드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 매주 다양한 브랜드에서 총합 수백 장 단위의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매번 수 초 만에 ‘품절’ 메시지가 뜰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지난 9월 17일 RTX 3080을 시작으로 어느덧 출시 한 달을 넘으면서 시장 분위기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물량만 있으면 브랜드와 제품, 가격에 상관없이 문답 무용 구매 버튼부터 클릭하던 모양에서, 서서히 브랜드와 등급 등을 따지면서 구매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 중이다.

지포스 RTX 3080은 특정 브랜드와 제품에 쏠림 현상까지 보인다. / 에이수스
지포스 RTX 3080은 특정 브랜드와 제품에 쏠림 현상까지 보인다. / 에이수스
식지 않는 지포스 RTX 3080 인기, 특정 브랜드 쏠림현상 보여

‘역대 최고의 가격 대비 성능’이라 평가받는 지포스 RTX 3080은 한 장에 100만원 안팎이나 하는 고가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임에도 여전히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프로급 게이머나 하이엔드급 하드웨어 마니아들의 수요가 채워지면 제품을 구하기 쉬워질 것이라는 초기 예상이 무색할 정도다.

지포스 RTX 3080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은 수요층이 고급 게이머와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게이머와 소비자들에게까지 확산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PC 초보자들마저 지포스 RTX 3080을 PC 조립 견적에 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구독자 및 팬층을 거느린 인기 하드웨어·게임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도 지포스 RTX 30시리즈의 실제 성능과 경험담, 장점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게임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거나, 일반인보다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많은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들이 좋다고 칭찬하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들도 고민하지 않고 똑같은 제품을 찾는 것.

특히 다양한 지포스 RTX 3080중에서도 특정 브랜드와 제품에 소비자들도 더욱 몰리고 있다. 구성 및 가성비가 우수한 것으로 꼽히는 A사 제품은 쿠팡, 인터파크 같은 대형 쇼핑몰에서 수 초 만에 매진은 물론, 서버까지 오류가 발생할 정도로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상황이 반복되는 중이다.

반면 디자인과 구성,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상대적으로 관심 및 선호도가 낮은 제품들의 경우 매진까지 걸리는 시간이 좀 더 길거나 거나, 구매 취소 물량이 간간이 올라오는 등 상대적으로 판매 상황이 여유있는 모습이다.

특정 브랜드 쏠림 현상은 ‘되팔이’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앞서 언급한 A사 제품은 중고나라 같은 리셀러 사이트에 올라오는 되팔이 매물이 최대 20만원 안팎의 웃돈에도 구매자가 몰려드는 반면, 비인기 브랜드 제품의 경우 정상가와 별 차이 없는 5만원 안팎의 웃돈에도 구매 문의나 거래 성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 인해 되팔이를 노리는 이들도 확실하게 차익을 낼 수 있는 인기 제품에만 몰리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지포스 RTX 3090은 초기 대비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 엔비디아
상대적으로 고가인 지포스 RTX 3090은 초기 대비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 엔비디아
초기 수요 채운 RTX 3090, 상대적으로 구매 쉬워져

반면, 최대 8K급 게임 환경 구축이 가능한 성능으로 주목받은 30시리즈 최상급 모델 ‘지포스 RTX 3090’은 10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성능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이지만 RTX 3080과 비교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데다, 3080의 두 배에 달하는 200만원 안팎의 가격이 구매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때문에 지포스 RTX 3080을 사려던 이들이 아예 3090을 구매하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 당장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3080만 무작정 바라보거나, 웃돈을 내고 되팔이 제품을 살 바에는 차라리 카드 할부를 이용해서라도 훨씬 구하기 쉬운 3090이 낫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정식으로 한글화가 적용되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진 ‘사이버펑크 2077’과 게임 정보가 속속 공개되고 있는 ‘어새신 크리드: 발할라’ 같은 기대작의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게임 마니아들이 하나둘씩 당장 구매가 가능한 지포스 RTX 3090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그래픽카드 유통사 한 관계자는 "출시된 지 한 달쯤 되었으니 수요도 줄어들고, 과열되던 판매 상황도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포스 RTX 3080의 100개 단위 매물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상황이 계속되니 조금 당혹스럽다"라며 "다행히 공급 물량이 꾸준하게 유지되는 만큼, 좀 더 기다리면 3080 제품 수급도 좀 더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GPU가 같으면 실질적인 성능 차이가 크지 않는 만큼, 상대적으로 구매 경쟁률이 낮은 브랜드 제품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귀띔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