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마케팅 전공 교수(이노핏파트너스 자문 교수)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모든 경영자들은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100년 기업’을 꿈꾼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100년은 고사하고 30년을 지속하는 기업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907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포천(Fortune) 상위 25위 안에 속해있던 기업들 중 2019년에도 여전히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GE 하나뿐이다.

왜 한때 시장을 지배하던 많은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지키지 못하고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될까? 시장의 환경변화와 더불어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우위의 원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여년 전만해도 경쟁우위의 원천은 규모의 경제, 수직계열화 등 기업의 규모와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20년 간 시장이 요구하는 경쟁우위의 원천은 속도, 유연성, 융합과 혁신역량 등 기존의 경쟁우위의 원천이었던 규모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새로운 조건으로 변화했다.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인 시어스나 영화 대여 서비스인 블록버스터 등은 모두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으며 한세대를 풍미한 시장의 지배자였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기존의 경쟁 강점인 규모나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에 집중하는 바람에 전혀 새로운 경쟁우위로 무장한 아마존, 넷플릭스 등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넷플릭스·블록버스터 매출액 비교(위), 시어스 매출액(아래) / 이노핏파트너스
넷플릭스·블록버스터 매출액 비교(위), 시어스 매출액(아래) / 이노핏파트너스
오늘날의 기업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블록체인 등의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경영환경의 지각변동을 마주하고 있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하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이 4차산업혁명과 이에 따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산업혁명이나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촉발되었던 정보화의 충격에 비견되는 국면사적 변화로 인식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효과

기업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고객가치와 고객 경험의 혁신을 이뤄 낼 수 있다. 성공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뤄 낸 기업들은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전방위적으로 더욱 면밀하게 이해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통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의 욕구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해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필요와 취향을 파악해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모르거나 구매에 대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고객들에게는 구매의 필요성이나 시점, 그리고 맞춤형 구매정보를 알려준다. 심지어 아마존과 같은 기업은 고객의 필요를 예측하거나 분석해 고객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필요한 상품을 주문, 배송하기까지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의 필요와 욕구, 취향과 행동 방식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얼마나 신속하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다.

고객이 감동할수록 보다 많은 고객들이 높은 충성도를 형성할 것이며 이러한 충성고객 집단은 기업의 경쟁우위의 원천이자 지속 가능한 수익의 기반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고객 데이터와 이에 기반한 인사이트는 곧 그 기업의 시장지배력과 권력을 의미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실례로 한 연구에 따르면 고객 경험 중심의 정책을 가진 기업들은 연평균 17%의 매출 성장을 달성한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3% 성장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변하는 시장, 변하지 않는 조직

기술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요소이지만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면 혁신을 위한 혁신에 머물러 그 본연의 목적이 오히려 외면당하게 된다. 혁신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기술을 넘어 사람과 조직의 변화이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여정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디지털기업으로 거듭나자는 경영진의 구호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선언은 경영진이 하지만 결국 현장의 직원들이 새로운 방식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에서 도입한 신기술의 잠재적 사용자 중 40%는 직속상관이 의무사용을 지시한 경우에도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40%는 기업의 혁신 노력을 무력화시킬 만큼 큰 숫자이다.
이는 구성원들이 새로운 방식과 그들이 능숙하게 사용하는 기존의 방식을 습관적으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변화를 폭넓게 수용해 행동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현실에서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직이 왜 변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경영진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이를 전 조직에 내재화하는 내부 마케팅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고취시킬 필요도 있다.

디지털 기술 도입보다 필요성 인식이 먼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경영환경의 지각변동 속에서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기존의 사업방식을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환경의 맥락에서 성공적으로 재해석하는(transform) 새로운 승자들이 있다. 기존의 사업방식을 디지털 기술로 단순 대체하는(translate) 추종자들(follower)도 있다. 적응의 적기를 놓치고 디지털 버블과 함께 사라져 가는 패자들도 있다. 이들은 조만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넘어 조직의 변화, 궁극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긴 여정의 첫걸음은 조직 구성원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소통하고 이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 이번 기고는 이노핏파트너스 백재영 수석PM이 참여했습니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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