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39조에 자일링스 품고 '반도체 포식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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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8 19:16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이어 반도체 업계에 또 하나의 빅딜이 터졌다. AMD가 FPGA(프로그래밍 가능한 반도체) 분야의 업계 1위 기업인 자일링스(Xilinx)를 350억 달러(39조4000억 원)에 전격 인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자일링스 인수는 AMD가 자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기업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고 만년 2인자를 벗어나 언제든 업계 선두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

차세대 라이젠 5000시리즈 CPU를 들어보이고 있는 리사 수 AMD CEO / AMD
AMD는 지난 2017년 절치부심 끝에 선보인 라이젠 프로세서로 기사회생에 성공한 이후 꾸준히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경쟁사의 배에 달하는 CPU 코어로 PC용 CPU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며, 한발 앞서 7나노미터(㎚) 공정에 기반한 CPU와 GPU를 먼저 선보이며 공정 기술에서도 앞선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같은 규모에서 더 많은 CPU 코어를 제공하는 에픽(EPYC) 프로세서를 통해 데이터센터용 x86 프로세서 시장 재진입에도 성공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 콘솔 시장을 대표하는 양대 브랜드에 자사의 커스텀 APU(CPU와 GPU를 합친 통합 프로세서)를 공급하며 게임 업계에서의 입지도 향상됐다. 바닥을 치던 주가도 상승하고, 그만큼 시가총액도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라이젠으로 대표되는 x86 기반 프로세서와 ‘라데온’으로 대표되는 GPU, 이를 통합한 APU 제품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시장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최근 ICT 업계 관심사인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연구개발과 이에 기반을 둔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AMD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그래픽용 GPU 시장에서 AMD의 최대 맞수였던 엔비디아는 어느덧 GPU 기술을 활용한 AI 선도기업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여전히 그래픽(게임)용 GPU를 만들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주력은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에 들어가는 AI 가속용 GPU로 바뀌었다. 여기에 2019년 멜라녹스, 2020년 ARM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CPU-전용 고속 네트워크-GPU를 아우르는 통합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인텔 역시 비록 PC용 CPU 시장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지만, 일찌감치 사업 분야를 확대하며 x86 프로세서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춘 상태다. 지난 2015년 FPGA 업계 2위 알테라(Altera)를 인수하며 비 x86 프로세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을 비롯해 ▲스마트 시대의 필수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5G를 비롯한 차세대 무선 통신 등의 새로운 사업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AI 분야에서도 AMD보다 훨씬 앞서 있다. 모빌아이 인수를 통해 비전 컴퓨팅 분야와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AI 전용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일반 PC용 프로세서에도 AI 가속 기술을 접목하는 등 자사 포트폴리오에 AI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다. 아예 범용 AI 연구개발을 위한 연산 가속용 범용 GPU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AMD는 자일링스 인수로 x86 CPU 일변도였던 사업 전략을 더욱 다방면으로 확대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 / AMD
AMD가 자일링스 인수에 뛰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 용도에 따라 기능과 성능을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FPGA는 훨씬 정교하고 우수한 병렬처리 성능으로 AI 분야에서 GPU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대주로 꼽힌다. FPGA 부문 1위 기업인 자일링스를 인수함으로써 경쟁사들에 크게 뒤처진 AI 부문의 격차를 단번에 좁히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일링스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도 커지면서 기술은 물론, 새로운 미래 가치 산업에 진출 및 투자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됐다. AMD가 ‘라데온’이라는 자체 GPU IP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와 같은 다른 사업에서 힘을 쓰지 못한 것도 그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여력만 있었으면 그만큼 떠오르는 AI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AMD가 더는 인수합병의 ‘대상’이 아닌, 경쟁사들처럼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가능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만방에 알린 것이 이번 자일링스 인수를 통해 얻게 된 최대 소득이다.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AMD는 항상 인수설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 2분기 말 기준 AMD의 시가 총액은 7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같은 시기 2500억 달러(260조7000억원) 대였던 인텔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AMD가 한참 치고 올라오고, 인텔이 주춤한 상황인데도 그만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3분기 말 기준 시가총액 900억 달러(102조)를 넘어선 AMD와 300억 달러(34조) 자일링스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단숨에 1200억 달러(136조)를 넘는다. 최소한 동종 업계에서 함부로 넘볼 수 없을 만큼 덩치가 커진 셈이다.

AMD가 이번 자일링스 인수에 들인 350억 달러(39조)는 전부 AMD 자사 주식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무리한 AMD가 당장 추가적인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내년까지 자일링스 합병이 마무리되고, 현재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AMD 역시 인텔과 엔비디아처럼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포식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자일링스 인수는 지금까지의 AMD와 앞으로의 AMD를 구분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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