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 인터뷰]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윤후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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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9 09:00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이 책은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 어떤 단어든 시인만 만나면 또다른 의미와 느낌을 갖게 된다. 형형색색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새로운 감정과 감동에 눈 뜨게 해준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감동을 준다.

윤후명 저자는 50여년간 시를 썼다. 수백편의 시가 사람들의 입술을 간지럽혔고, 저마다 다른 감동으로 가슴에 남았다. 그만큼 인상 깊은 소설도 여러 편 남겼다.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던 윤후명 저자가 시력 50년을 모은 총체,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를 냈다.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 은행나무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는 윤후명 저자의 데뷔작부터 최신작까지, 시를 총 302편을 담았다. 시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름답게 빚어낸 언어들이 이 시전집에 담겼다.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를 쓴 윤후명 저자에게 질문을 물었다. 그는 약 10여분간 조용하게, 사뭇 날카롭게 시와 소설, 문학계의 현실을 읊었다.

Q1. 윤후명 저자는 시인으로도, 소설가로도 유명합니다. 스스로는 어떻게 불리우기를 원하시나요?

-한국에서는 시인과 소설가를 구분한다. 장르 자체를 가른다. 시인은 시인이고 소설가는 소설가라는 식이다.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는 몰라도, 이것은 외국에는 없는 행태다. 외국에서는 시인이 소설도 쓰고, 소설가가 시도 쓴다. 라이너 마리에 릴케처럼 시와 소설 모두 잘 쓰는 작가가 많다. 한국만 시인과 소설가를 구별한다. 나는 이것이 언젠가 없어져야 할 장벽이라고 본다. 문인은 시를 쓸 수도 있고, 소설도 쓸 수 있다.

Q2. 왜 한국에서 시인과 소설가의 경계가 이렇게 분명하게 나뉘었을까요?

-한국에서는 ‘한우물을 판다’는 이야기가 있다. 두가지를 하면 한쪽을 소홀히 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 시와 소설은 외국에서 배워온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시와 소설이 갈라지는 이유는 배워오지 못했다.

시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어떤 장르든 쓸 수 있어야 한다. 하나만 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타파해야 할 인식이다. 시 속에 소설이 들어갈 수 있고, 소설 속에 시가 들어갈 수도 있다.

Q3. 시인과 소설가의 경계를 허무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문학계에 악영향도 미쳤겠네요.

-시인으로 약 10년간 활동하다 소설가가 됐다. 그런데, 누군가 우스개로 "당신은 새요, 박쥐요?"라고 묻더라. 고루한 인식이다. 이렇게 시와 소설, 장르 구분이 너무 두터워서 깰 수 없게 됐다. 이걸 깨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도태된다. 시인인지 소설가인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꺼리기 때문이다.

시와 소설을 모두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도 시에서 소설로 오는데 20여년이 걸렸다. 그나마도 시와 소설을 한번에 하면 안된다. 시나 소설 한쪽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시나 소설 어느 한 부문에서 성공하기 위해 다른 부문을 20여년간 접어둬야 한다면? 심지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면? 당연히 두려워질 것이다.

Q4. 한국 문학이 발전하는 길과도 연결돼 있겠군요?

-이 두려움을 사회적으로, 문학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이 두려움을 없애주지 못한다. 몇몇 작가들이 시와 소설을 함께 쓰는 것을 시도했지만, 이들도 곧 활동을 중단했다. 위험이 큰 일이기에 나도 이를 권하기 어렵다.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도, 이어 문학 자체도 바꿔야 한다. 우리 문학은 지금 엉터리 이야기를 문학이라고 한다. 문학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가 있되, 이야기가 아니다. 문학을 바꾸려면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Q5. 시인으로서 독자가 마음에 담았으면 하는 문장이나 시를 알려주세요.

-(이희단 문학나무 편집장 추천) 2005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서 ‘한국의 책 100’으로 꼽힌 소설 ‘둔황의 사랑’의 한 대목을 추천한다.

"달밤이다. 먼 달빛의 사막으로 사자 한 마리가 가고 있었다. 무거운 뭄뚱어리를 이끌고 사구를 소리 없이 오르내린다. 매우 느린 걸음이다. 쉬르르쉬르르. 둔황 명사산의 모래가 미끄러지는 소리인가. 사자는 아랑곳없이 네 발만 차례차례 떼어놓는다. 발자국도 모래에 묻힌다. 달이 더 화안히 밝자, 달빛이 아교에 이긴 은니처럼 온몸에 끈끈하게 입힌다. 막막한 지평선 끝까지 불빛 한 점 반짝이지 않는다(하략)."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윤후명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윤후명은

1946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196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 경향신문 신춘 문예에 시 ‘빙하의 새’를 내 당선됐다. 동인지 ‘70년대’를 창간하고 여러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1977년 첫 시집 ‘명궁’을 출간했다. 1979년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낸 소설 ‘산역’이 당선돼 시인과 소설가의 길을 병행했다.

윤후명 저자 / 차주경 기자
시집으로 ‘명궁’과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소설집 ‘부활하는 새’와 ‘오늘은 내일의 젊은 날’ 등이 있다. 산문집 ‘이 몹쓸 그림자’와 ‘꽃’, 장편동화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도 썼다.

1983년 ‘돈황의 사랑’으로 제3회 녹원문학상, 1984년 ‘누란’으로 제3회 소설문학작품상을 받았다. 그밖에 한국창작문학상과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과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금은 창작에 전념하면서 문학비단길 고문과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한다.

book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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