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까?’ AI도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우려가 이어진다. 하지만 AI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는 안 된다.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AI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데이터라벨링’으로 불리는 AI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이다. 국가 AI경쟁력을 높이면서 일자리의 보고(寶庫)인 사업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걱정은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9월 미국 하원에서는 "AI가 과도한 자동화를 이끈다. 단순 노동과 같은 일자리가 크게 대체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경고와 달리 상당수 AI전문가는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강조한다. MS가 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까지 AI가 7500만개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새롭게 일자리 1억3300만개를 창출한다. 사라지는 일자리 1개당 두배에 가까운 1.8개 일자리가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과거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며, 자동차가 마부를 대체했다. 일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제조 공장, 자동차 세일즈맨, 도로 건설을 위한 일자리 등이 생기며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었다. AI도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는 새로운 직업 중 하나인 ‘데이터라벨러’가 있다.

AI에 세상 알려주는 선생님 '데이터라벨러'

데이터라벨러는 명칭 그대로 사진, 글자,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에 AI가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을 붙이는(라벨) 업무를 수행한다. 이름이 붙은 데이터는 AI의 학습용 데이터로 쓰인다. 데이터라벨러는 AI에게 사람이 사는 세상을 알려주는 '선생님'인 셈이다.

데이터라벨러는 AI에게 사람이 사는 세계를 말해주는 ‘선생님’이다. /아이클릭아트
데이터라벨러는 AI에게 사람이 사는 세계를 말해주는 ‘선생님’이다. /아이클릭아트
일각에서는 얼핏 간단하게 보이는 일에 데이터라벨링을 'AI판 인형 눈알 붙이기'라고 비유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와 사람을 구분해 이름을 붙이는 인형 눈알 붙이기처럼 간단한 작업도 있지만, 사람 생명과 직결된 복잡한 라벨링 작업도 있다.

자율 주행에 필요한 AI가 대표적이다.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AI를 위한 라벨링에는 물체를 구분하기 위한 단순한 과정도 있지만, 속도가 빠르거나 갑자기 시야에 나오는 물체에 이름을 붙여야 하는 고난도 작업도 있다. 특히 영상 또는 이미지에서 나오는 자동차의 범위를 결정하는 작업 결과에 따라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게 변하기도 한다.

데이터라벨링 대부분이 단순 일회성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각 AI프로젝트에 맞게 AI를 새로 학습할 필요가 있어, 프로젝트 특징에 따라 새롭게 라벨링을 작업해야한다.

이 때문에 데이터라벨러에 대한 기업 수요도 꾸준하며, 전문 데이터라벨러 몸값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정부가 3차 추경으로 진행하는 약 2925억원 규모의 AI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참여 기관 대다수는 AI프로젝트 난이도에 따라 평균 시급도 크게 오른다고 밝혔다.

상위 3개 기업 기준, 초급 데이터 가공 업무 평균시급은 1만7500원으로 2020년 법정 최저시급보다 약 2배 높다. 고급 프로젝트 평균시급은 초급 대비 48%가량 오른 약 2만5900원이다. 여기에 작업 공간과 시간을 작업자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운용되는 데이터라벨링 프로젝트 특징상, 작업에 익숙해진 전문 데이터라벨러는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갈 수 있다.

간단한 업무의 경우, 사각형으로 사람이나 자동차를 그리는 수준이다. 장애인 등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IT조선
간단한 업무의 경우, 사각형으로 사람이나 자동차를 그리는 수준이다. 장애인 등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IT조선
데이터라벨링 사업서 新일자리 2만개 이상 창출…단순 알바 아냐

정부는 이번 AI학습용데이터 구축 사업에서 2만2000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목표하고 있다. 오히려 데이터 가공 업체들은 더 많은 수의 데이터라벨러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데이터가공업체 역시 최대 6100명에 이르는 데이터라벨러를 모집할 계획이다.

특히 가볍게 아르바이트로 참여할 수 있는 데이터라벨러들과 달리, 데이터가공 업계는 이번 근로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가공 업체는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천명의 작업자가 필요한 AI프로젝트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수요가 더 많아지는 만큼, 이번 정부사업으로 데이터라벨링을 경험한 작업자들과 계속해서 일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AI프로젝트에 따라 의학, 독해 등 특정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데이터라벨러에 대한 처우는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데이터라벨러를 위한 작업장을 마련한 A업체는 "데이터라벨링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라벨러의 편한 작업 환경을 위해 작업장을 마련했다"며 "다양한 AI프로젝트 사업은 물론, 정부 사업도 계속 이어져, 데이터라벨러 근무 환경을 개선해 지원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B업체는 코딩, AI 등 IT에 친숙하지 않은 데이터 라벨러를 위한 꼼꼼한 가이드라인과 일대일 면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B업체는 "데이터라벨러가 아직 많은 알려지지 않았다 단순한 작업부터 다양한 AI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고급 프로젝트까지 존재한다. AI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의 참여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AI학습용데이터 구축 사업(데이터라벨링) 참여

AI학습용데이터 구축 사업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정부 AI허브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다. 현재 128개 기업이 약 2만2000개에 이르는 작업자를 구하고 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