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이미 우리의 일상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음료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러 대학과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전문적으로 커피를 가르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커피협회를 비롯하여 전문 바리스타를 인증하는 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도 많이 있다.
커피는 타의 전문업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술습득 시간이 짧고 손쉬운 점이 있어 경기 침체기에도 커피 매장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커피 매장은 여전히 직장에서 은퇴한 분들에게 인기있는 창업 아이템 중 하나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분들은 주로 프랜차이즈 커피점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나 학원에서 고급기술을 취득한 젊은 바리스타들은 개성을 보다 발휘할 수 있는 개인 로스터리 커피전문점을 여는 경우가 많다.
한편 전문 바리스타 못지않은 커피 지식을 가지고 커피의 향과 미묘한 맛을 추구하는 커피 마니아층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은 전국의 유명 커피 전문점을 순례하듯이 찾고 그 경험담을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9년 7월 보고서는 2014년과 2017년의 전국 15세 이상 60세 미만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고급커피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급커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를 즐기려는 수요가 급증하여 프리미엄 커피와 일반 커피와의 가격 차이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하였다.
보고서는 국내 커피 가격이 커피 종류별로 최소 10배에서 최대 27배 이상까지 크게 차이가 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같은 종류의 커피라도 고급커피인지 일반커피인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히 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40.3%에 비해 2017년 44.3%로 3년 사이에 스스로 입맛이 고급화되어 가고 있다고 반응했다. 본인의 입맛이 고급화되고 있다는 것은 고급커피를 마신 경험 후 고급커피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고급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은 고급커피에 대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까지 말하였다.
최근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인하여 커피 전문점, 특히 소규모 로스터리 커피점의 매출이 감염증 사태 발생 전보다 반토막 이하로 급감하는 등 커피 전문점의 운영이 특히 어렵다. 필자는 작은 로스터리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대는 대략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는 음료는 3,000원대 후반에서 4,000원대, 핸드드립 커피는 5,000원대이다. 코로나 감염증 사태 이전에는 일반 회사원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들의 이용 빈도가 줄어들었다.
어느 모임이 있던 날,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근무하는 50대 초반 회사원과의 대화에서 그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계속 머릿속에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커피 가격이 한 잔에 4,000원을 넘으면 회사 직원들과 점심 식사 후 커피를 같이 마시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팀원들에게 커피를 한 잔씩 사주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맛과는 상관없이 낮은 가격의 커피를 찾게 된다"
그 회사원이 말한 커피 가격이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일반 직장인들이 통상 생각하는 커피소비에 대한 생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커피 가격 민감도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김현미(2013년 석사학위 논문)에 의하면, 로스터리 카페는(생커피를 구입하여 직접 로스팅한 후 커피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 여러 연령대 중 주로 40대가 만남의 목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김현미는 이들이 주로 아메리카노 커피를 선호하고 가격대는 5,000원~10,000원대의 커피를 가장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로스팅하는 기술력과 여러가지 커피 종류를 핸드드립 기술 등 전문기술을 통해서 서비스받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임에도 지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커피가격이 구매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신현희의 논문(2018년)에 의하면 20대는 중고가 커피보다 중저가 커피를 2배 정도 더 선호하고 있고 30대는 비슷한 비율로 마시는 데 반하여 40대부터는 중저가 커피보다 중고가 커피를 2배 정도 더 많이 마시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커피는 가격과 품질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맛이 좋다’라는 것은 그만큼 원재료의 등급이 높은 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즉 이러한 요소들은 중고가 커피의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애초부터 중저가 커피와는 가격으로는 경쟁할 수가 없는 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주요 도로 이외 이면도로와 골목길, 주택가에도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부터 고가의 고급 커피만을 취급하는 전문점,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점 등이 서로 근접하여 같은 영업지역 내에서 같은 고객층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요즘같이 사회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남들보다 차별될 수 있는 특색으로 승부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어렵다. 가격 인하를 통한 경쟁만으로는 결코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커피 한 잔 가격이 4,000원이 넘으면 점심 식사 후 직원들에게 커피 한 잔 사주기 어렵다는 어느 중견기업 임원의 얘기에 대한 나의 소회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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