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수요공급의 기본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11.08 06:00

    1980년대 초 농수산물유통 현대화가 시작되었다. 가락동 농축수산물 시장도 이때 만들어졌다. 농수산물 시세가 중요한 정보이어서 수시로 전화로 확인하고 주요 품목의 가격을 새벽방송에서 들을 수 있었다.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공급의 균형이 핵심이다. 주요 생산지의 출하량을 파악하기 위해 출하량과 가격을 입력할 단말기를 최초로 설치하기 시작했다. 농업 분야 데이터 기반 행정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지금은 가장 싼 천덕꾸러기 과일인 바나나를 유통공사에 수입독점권을 줘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아 전산망 구축 재원을 마련했다. 좋은 사업에 쓰기 위한 것이지만 내가 지켜본 가장 반시장적인 가격 결정 현장이다.

    금년에 장기간의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농수산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 결과 쌀을 비롯해 채소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 식당들이 식자재 가격의 폭등을 호소하고 있다. 햄버거에 토마토를 빼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당국의 책임자들이 현장 시찰하고 특단의 공급대책을 마련한다고 뉴스를 탈만 한데 뉴스 어디서도 볼 수 없다. 수요공급의 균형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국가 경영의 한 축 임을 망각한 듯하다.

    주택 정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인 수요 공급의 원리를 완전히 도외시한 정책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마치 도덕 국가 정책을 보는 듯 하다.

    주택의 건설은 자금의 투입이 있어야 이루어진다.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주택의 수요층이 부담해야 한다. 수요자가 없으면 공무원들이 계획한다고 건설되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누가 주택 공급을 위한 자금을 부담했는지 살펴야 한다. 최초 구매나 이전을 위한 실수요자, 투자나 사업으로 여긴 재력가, 공공 임대를 위한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한 자금을 댄 것이다.

    현재의 정책은 다주택자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이중삼중 중과세로 시장에서 퇴출 시키고있으며, 실수요자도 대출 규제에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 허가 까지 받게 해 위축시켰으니 건설 시장에 자금이 모일 수 없다. 재개발도 여러 조치로 허가하지 않거나 공공분양을 강제함으로 사업이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 자녀들이 자라 더 큰 주택을 구매하겠다고 허가서를 제출했더니 기존 주택을 팔고 신청하라고 반려했다고 한다. 가짜뉴스이길 바란다. 다주택자로 의심해 거래를 허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소유하고 있던 주택을 세금을 못 견뎌 시장에 내놓는 것을 공급 확대로 여기는 듯 하다.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경색 시킴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미국의 한 지역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한 아파트 단지에 일반분양분과 특별분양분을 섞어서 건설한다. 아파트 크기도 방1, 방2, 방3이 혼합되어 있다. 특별분양분은 생애 최초 구매자들을 위한 물량이다. 일반분양보다 20% 정도 저렴하다. 직업, 수입, 금융평가, 가족수, 금융기관 융자한도 등을 고려해 청약할 수 있는 주택의 규모가 정해진다. 계약금의 80% 정도를 융자로 대체할 수 있다. 단 10년 이상 주거 의무가 있다. 중간에 이주할 시에는 반납해야 한다. 일반분양분은 다주택을 포함 어떤 조건을 달지 않는다. 결국 이중 가격 구조로 최초구매자를 지원하는 셈이다.

    시장을 세분화된 지역으로 나누어 지역별 수요와 공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 수요가 과열된 지역에 무리한 강탈적인 방법을 쓸 것이 아니라 수요 분산책을 내놔야 한다. 교육, 의료 기능의 분산, 재택근무 등 의 사회적 확산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 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원인은 다르지만 IMF 이후에 건설 경기가 위축되어 건설사들이 위기를 겪었다. 미분양이 속출하니 김대중정부에서는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조치까지 하기에 이른다.

    인위적이든 경기의 영향이든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 고리가 깨지면 위기를 맞게 된다.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위축시키는 정책은 궁극적으로 주택가격, 전월세 가격을 올리게 할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농수산물의 가격이 폭등하면 공급을 늘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이유이다. 수요 공급의 기본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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